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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000분의 1 확률 홀인원…‘6번 아이언’에게 물어봐

입력 | 2016-08-26 05:45:00

홀인원 상품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정예나는 7월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MY퀸즈파크챔피언십에서 홀인원을 달성해 오피스텔을 부상으로 받았다. 신이 난 정예나가 경품이 그려진 입간판 앞에서 펄쩍 뛰며 좋아하고 있다. 사진제공| KLPGA


■ 홀인원 ‘행운과 실력사이’

아마추어 골퍼는 ‘평균 17.85년’ 걸려
KLPGA 올해만 16차례…프로는 달라
박인비 리우 연습서 홀인원 金선물
국내 홀인원 첫 경품은 전자레인지


홀인원은 실력일까 아니면 운일까. 프로골퍼들이 그림 같은 샷으로 홀인원을 작렬시키는 장면을 보면 실력,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가 치면 운처럼 보인다. 홀인원 한방으로 억대의 경품을 받은 선수부터 홀인원으로 논란이 됐던 해프닝까지. 홀인원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 올해 국내 프로대회는 홀인원 풍년

홀인원의 확률은 1만2000분의1이라는 통계가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평생 한번 찾아올까 말까한 행운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내 골퍼들의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 홀인원닷컴은 약 2만7000명의 골퍼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냈다.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들의 평균 나이는 44.5세, 평균 핸디캡은 13.88이었다. 골프를 즐겨온 기간은 평균 17.85년이나 됐고 남자가 84%, 여자가 16%였다. 쉽지 않은 기록임이 통계로 나와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조금 다르다. 훨씬 더 많은 홀인원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국내 프로골프투어에서도 홀인원이 풍년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경우 제주삼다수마스터스까지 22개 대회에서 16개가 쏟아져 지난해의 15개를 넘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까지 6개 대회에서 3개의 홀인원이 기록됐다. 2개 대회 당 1개꼴로 작성된 셈이다.

KLPGA 투어에 작성된 홀인원 기록을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거리는 약 144m. 홀인원의 확률이 가장 높았던 클럽은 6번 아이언이다.

박인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홀인원은 행운의 징조?

홀인원은 행운의 상징이다.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2016리우올림픽 연습라운드 때 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그러나 홀인원이 반드시 행운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홀인원을 달성한 뒤 그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고진영(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이 유일하다. 장수연, 김자영, 윤선정, 김지현, 정예나, 박유나, 오지현 등은 아쉽게 우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선화는 홀인원을 하고 컷 탈락하는 불운을 맛보기도 했다.

홀인원으로 논란이 됐던 적도 있다. 2012년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대회에 나온 서연정은 2라운드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달성하며 2억7700만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KLPGA는 아마추어 골퍼는 상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고, 대한골프협회는 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논란 끝에 KLPGA 규정에 따라 홀인원 상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서연정은 이에 앞서 스스로 상품을 받지 않겠다고 포기를 선언했다. 만약 서연정이 홀인원 상품을 받았더라면 역대 가장 고가의 홀인원 상품이 될 수 있었다.

더 특이한 경우도 있었다. 2013년 ADT캡스챔피언십에서는 한승지가 1라운드 16번홀에서 홀인원을 하면서 70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스코어 오기로 실격됐다. 실격됐으니 상품도 반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특별상(홀인원상)은 해당 라운드의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만큼 경기 실격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고 보면 홀인원이 꼭 행운을 상징하지는 않는 것 같다.


● 전자레인지부터 수억 원대 수입자동차까지

홀인원의 경품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2000년대 이전은 가전제품 등 생필품이 많았다. KLPGA 투어 최초의 홀인원 상품은 전자레인지였다. 현금을 준적도 있다. 1990년대 이후 조금씩 홀인원 상품이 커졌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고, 고급 손목시계도 홀인원 단골손님으로 나왔다. 2000년대 이후 홀인원 상품이 다양해졌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홀인원 상품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MY퀸즈파크오픈에서는 오피스텔이 홀인원 상품으로 나왔다. 윤선정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 밖에도 안마의자, 주방가구, 오토바이 등이 선보였다. 2009년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는 중국의 전통주를 선수의 몸무게만큼 주기도 했다.

홀인원 상품 중 으뜸은 단연 수입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차가 위주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 천만 원대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고급 수입차가 홀인원 상품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만 봐도 홀인원 한방으로 수억 원의 행운을 거머쥔 스타들이 많이 나왔다. 최유림은 2013년 MBN여자오픈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1억8000만원 상당, 서하경은 작년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역대 가장 비싼 1억9990만원 상당, 올해는 최이진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홀인원의 행운을 잡으며 1억9200만원짜리 수입차를 가져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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