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과수에 정밀감정 요청… 29년전 영상자료와 비교분석
투표함 표지-필적 등 동일 판정
투표지-개표록 위원장 도장은 차이… 선관위 “투개표 시점 다르기 때문”

구로을 투표함은 지난달 21일 ‘개함·계표식’을 가진 뒤에도 진위 논란이 계속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국과수에 감정을 요청했다. 국과수는 한 달가량의 정밀조사 끝에 이번 투표함과 사건 당시 영상자료에 나타난 투표함을 비교 분석했고 투표함 표지, 상단 필적, 형태 등이 동일하다고 봤다. 겉과 안 뚜껑 자물쇠 부분에 사용된 합성수지류도 같은 종류였다. 당시 선관위가 투표함을 뜯거나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일부 해소한 셈이다. 국과수는 투표함 안 뚜껑 및 자물쇠, 회송용 봉투 등에 찍힌 인영(도장이 찍힌 흔적)이 당시 개표록(개표 사무 및 그 결과 등을 적은 기록)에 찍힌 것과 대체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다만 투표지에 찍힌 위원장 사인의 경우 개표록에 날인된 것과 다르다는 판정이 나왔다. 투표함 안 뚜껑 자물쇠에 찍힌 인영 중 하나도 개표록의 동일 인물 인영과 달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부재자 투표였기 때문에 투표와 개표 시점이 한 달 정도 차이가 났다”며 “동일 인물이라도 다른 도장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을 투표함 사건은 13대 대선 투표가 진행된 1987년 12월 16일 “투표함이 외부로 반출된다”는 제보를 받고 온 시민들이 구로구청의 선관위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18일 오전 경찰에 진압됐지만 구로을 투표함은 부정 투표함으로 낙인찍혀 선관위가 무효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