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스피어스 새 앨범 ‘Glory’ 총괄제작 재미동포 캐런 곽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작을 제작 총괄한 한국인 2세 음반업계 거물 캐런 곽.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만난 그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배운 집념과 끈기가 내 성공의 열쇠였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캐런 곽(Karen Kwak). 그는 미국 음반업계에서 ‘K.K.’로 불리는 전설적 인물이다. 대학 시절 모타운레코드의 인턴으로 출발해 탁월한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투아·해당 가수와 앨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수집해 매치해주는 업무) 능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결국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수석부사장까지 지냈다. 2000년대 대표 히트곡 ‘Umbrella’(2007년)를 그가 팝스타 리애나에게 연결해준 일은 유명하다.
“부모님은 주유소에서 일하며 힘들 게 가족을 부양했어요. 제가 변호사나 교수가 되길 기대하셨죠. 하지만 USC(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졸업반이던 제가 돌연 음반업계에 투신하겠다고 하자 ‘네가 행복한 길이면 언제까지나 응원하겠다’고 해주셨어요.”
이후 그의 경력은 입지전, 그 자체다. 대학생 인턴으로 입사한 지 4년 만에 모타운레코드의 부사장이 됐다. ‘보이즈 투 멘’ 등의 A&R를 성공적으로 이끈 덕이었다. 유명 음반사 라페이스, 데프잼을 거쳐 유니버설뮤직그룹에 임원으로 입성했다. 불과 10여 년 만에 미국 음반업계 성층권에 올랐다.
캐런 곽은 리애나의 2007년 히트곡 ‘Umbrella’의 데모 버전(시험 녹음판)을 처음 들은 순간을 어제처럼 기억했다. “‘그 곡에 꼭 맞는 리애나라는 신인이 있다. 600만 장을 팔 자신이 있다’며 작곡가를 꼬드겼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앉아서도 전화를 걸 정도로 집요하게요.” 일종의 도박이었다. “앨범은 마법처럼 꼭 600만 장이 팔려나갔습니다.”
캐런 곽이 3년 전 유니버설뮤직그룹 부사장직을 던지고 나온 것은 일곱 살 난 딸 케일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9년 전 ‘Umbrella’를 놓친 브리트니 쪽이 이번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에게 총괄제작자 자리를 제안한 것.
“브리트니는 뛰어난 곡 해석력으로 여러 번 팝의 판도를 바꾼 여장부예요. 그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기용했습니다. 또 한 번의 ‘Umbrella’를 기대하며….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리스크를 감당해야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