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성공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단지 아이디어나 열정만 가지고 모든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 같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금력과 주변 환경, 그리고 운까지 갖추고 있지 않으면 성공의 근처에도 가기 힘들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현실화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은 이런 고민 속에서 태어난 스마트한 투자자 유치 기법이다.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공개, 투자를 유치한다. 벤처나 스타트업 입장에선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크라우드펀딩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경험은 역시 필요하다.
마침 26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3층에 위치한 에이큐브:인텔TG랩에서는 안양창조산업진흥원(원장 박병선), IT동아(대표 강덕원) 주최로 모의 크라우드펀딩&네트워킹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투자 유치를 원하는 현직 벤처기업 4팀이 수십명의 행사 참여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현장에서 투자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더불어 인베스트를 설명하는 더불어플랫폼의 문희진 매니저 (출처=IT동아)
물론 모의 크라우드펀딩이기 때문에 실제 자금을 투자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검증이 가능하며, 발표자 입장에선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게다가 이번 모의 크라우드펀딩 행사에선 해당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 마치 '슈퍼스타K' 오디션처럼 해당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종합적인 조언과 지적이 이루어진다. 이날 행사에 심사위원은 서울IR 김태훈 부장, 메타브렌딩 박항기 대표, 송현인베스트먼트 김경식 팀장, 그리고 더불어플랫폼의 김주원 대표가 담당했다.
각 발표자에게 10여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주어지고 프레젠테이션 후에는 심사위원 및 참가자들과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참가자들 사이의 의견을 교환하는 네트워킹 시간을 거친 후, 더불어플랫폼에서 개발한 크라우드펀딩 솔루션인 '더불어 인베스트(Doabler INVEST)'를 이용해 원하는 기업에 가상 화폐를 이용해 투자를 한다. 당연히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이날의 승리자가 된다. 이날 이용한 더불어 인테스트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용이 가능했다.
젠테크(Jentech)의 박종근 대표 (출처=IT동아)
바오바브(Baobab)의 김민준 대표 (출처=IT동아)
두 번째 발표자는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인 바오바브(Baobab)의 김민준 대표였다. 김민준 대표는 이날 발표자중 최연소(고교 2학년) 이기도 하다. 바오바브가 발표한 ‘마이데일리’는 빅데이터 기반 헬스 바이오 앱이다. 스마트폰으로 의약품을 촬영해 해당 약의 효과와 용법, 주의 사항을 확인 가능하며,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스캔, 가족 및 약국과 공유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그 외에 실손보험 청구 기능, 데이터 예측 및 알림, 스케줄러 기능을 통해 편리하고 체계적으로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볼콘(Volcon)의 강재민 대표 (출처=IT동아)
세 번째로는 IoT 기반 자동차 관리 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볼콘(Volcon)의 강재민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이는 차량의 OBDII 단자에 모듈을 연결, 운행 정보(속도, 주행거리, 회전수, 페달 및 핸들 조작, 온도, 전압 등)를 모바일 앱에 전송, 동기화하여 차계부를 자동으로 작성한다. 이렇게 작성된 차계부 정보는 단골 정비소에서도 공유 가능하므로 소모품 교체 시기가 되면 정비소로부터 연락을 받아 체계적인 차량 관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차량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고, 향후 중고차 거래를 할 때도 한층 나은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볼콘의 설명이다.
나섬(Nasum)의 조성재 대표 (출처=IT동아)
마지막 발표자는 안양대학교 벤처 동아리인 나섬(Nasum)의 조성재 대표가 맡았다. 나섬에서 개발한 PT-ring은 기존의 프리젠터를 대체하는 제품이다. PT-ring은 초소형 모션 센서와 블루투스 모듈,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발표자의 손가락에 이를 착용, 프리젠터를 꺼내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간단한 손동작으로 슬라이드를 조작할 수 있다.
이날 발표자들은 제품 및 서비스의 소개 외에도 특허 출원 현황, 수익 창출 방안 등도 심도 있게 설명하며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한편, 각 발표가 끝난 후에는 심사위원 및 참가자들에 의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젠테크 친환경 에어컨의 경우는 수도요금 문제, 바오바브 마이데일리의 경우는 서비스 타겟의 범위 문제, 볼콘 차량관리 서비스에는 타 서비스와 의 차별성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나섬 PT-ring은 제어의 정확성 관련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발표자들은 나름의 대응책에 대해 설명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했다.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행사에 참여했다 (출처=IT동아)
행사 막바지에 이르자, 참여자들은 각자 회의를 거친 뒤 더불어 인베스트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투자 업체와 투자 금액을 입력했다.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업체는 친환경 에어컨을 소개한 젠테크였다. 특히 젠테크는 제품의 실용성 및 계획의 구체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이날 소개된 4개 업체가 받은 투자액 중 과반에 달하는 투자액을 유치,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행사중 이루어진 질의응답 (출처=IT동아)
이날 행사는 비록 모의 크라우드펀딩이었지만 발표자들의 열의 및 참가자들의 관심은 실제 투자행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으며, 심사위원들의 지적 및 조언도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발표자와 참여자, 심사위원 사이에 적극적인 의견 소통이 이루어진 점이 돋보였으며, 모의 크라우드펀드에 이용한 더불어 인베스트 모바일 플랫폼 역시 사용 편의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의 박병선 원장은 "안양시는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모의 크라우드펀딩 행사와 같이 벤처,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벤트를 앞으로도 꾸준히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