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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의 사회탐구]삼바춤과 마리오 사이에 낀 평창

입력 | 2016-08-27 03:00:00


정성희 논설위원

리우 올림픽 때문에 브라질은 망할 것이라던 예측은 빗나갔다. 정정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헤알화 가치와 주가가 오르며 브라질 경제는 탄력을 받고 있다. 잘 치른 올림픽의 힘이다.

저예산으로 대성공한 리우

경기 운영과 시설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개폐막식의 성공이 모든 걸 덮었다. 브라질 특유의 열정과 문화를 보여주면서도 베이징 올림픽의 20분의 1 비용으로 생명 환경 평화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됐다. 가장 좋았던 대목은 공연 참가자, 선수, 관중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흥겨운 삼바 리듬이 이걸 가능하게 했다.

개폐막식은 개최국의 문화역량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올림픽이다. 콤플렉스를 물량 공세로 가린 무협지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지상 최고의 쇼’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쇼를 즐기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2012년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뿐이었을 것”이라고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말할 정도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영국은 이런 우려를 날려버렸다.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은 영국의 전통, 풍부한 문화유산, 대중문화를 결합시킨 감동의 무대였다. 무상의료시스템을 보여주느라 간호사가 등장하고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공장 굴뚝이 올라갔다. 좌파 색채가 짙다는 일부 평가는 뭐든 이념으로 재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고질병일 뿐이다. 인상적인 것은 무대 바닥을 장식한 신문 활자였다. 근대민주주의 발상지로서 영국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주주의가 자유언론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준 탁월한 선택이었다.

리우 올림픽 개폐막식은 소박하지만 흥겨웠다. 나도 그 자리에 있고 싶게 했다. 눈을 홀리는 최첨단 기술은 없었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총감독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예산과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개막식 총감독은 영화 ‘시티 오브 갓’과 ‘눈먼 자들의 도시’를 감독한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폐막식 총감독은 임페라트리스 카니발스쿨 교장인 호자 마갈량이스였다. 폐막식이 카니발 분위기로 연출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다음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이 긴장할 만하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폐막식에서 만화 캐릭터 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함으로써 힌트를 줬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 ‘도쿄는 몸 푸는 중(Tokyo is warming up)’을 보면 마리오나 도라에몽처럼 친근한 만화 캐릭터가 등장한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제2의 비상을 꿈꾸는 일본은 포켓몬 같은 만화 캐릭터와 첨단기술, 전통문화를 융합한 퍼포먼스를 준비할 걸로 예상된다. 이 동영상은 그 자체로 재미있게 만들어져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한국적 정체성 살린 콘텐츠 필요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우리는 무얼 보여줄 건가. 세계가 열광하는 케이팝,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콘텐츠가 떠오른다. 한국적 콘텐츠를 살리되 메시지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삼바춤과 마리오가 우리에게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찾아내야 한다. 올림픽 준비는 예산이 아니라 아이디어 싸움임을 리우가 증명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