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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럼 활동, 사전 선거운동 아니다” 권선택 시장 사건 파기환송

입력 | 2016-08-27 03:00:00

대법 “정치인-유권자 접촉 폭넓게 허용해야”
‘권선택 시장 사건’ 판결 의미




《 정치인이 각종 단체를 만들어 유권자와 만나는 행위는 사전 선거운동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포럼을 설립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선택 대전시장(61)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포럼과 산악회, 연구소 등 사실상 선거운동 목적의 단체 설립을 폭넓게 허용하는 취지여서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

정치인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단체 등을 세워 유권자와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행위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범위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출판기념회 등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일부 뒤집는 결정이라서 향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6일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선택 대전시장(61)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 대 3 의견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로 권 시장은 당분간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해선 심리를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권 시장은 2012년 11월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설립해 전통시장 방문 행사와 지역 기업 탐방 행사, 시민 토론회, 농촌 일손 돕기 행사를 열었다. 이후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석 달 뒤 검찰은 권 시장이 “선거 1년 6개월 전에 ‘유사 선거기관’을 설립해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며 기소했다. 이에 권 시장은 “정치인들이 연구소 등을 설립해 활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유권자에게 선거에 필요한 정보를 주는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주권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광범위하게 선거운동으로 규제하는 판결들은 대의민주주의에서 당연히 허용돼야 할 국민의 정치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처벌 대상으로 삼는 선거운동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거인과 정치인 사이의 원활한 접촉과 소통을 통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권 시장이 포럼 회원 67명에게서 회비 명목으로 약 1억6000만 원을 모금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부분은 파기 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정치 신인을 포함해 선거를 염두에 둔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를 널리 보장받게 됐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산악회, 연구소 등의 단체가 난립할 수 있고 단체를 위장한 편법 사전 선거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