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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권오병]올여름 제주를 다녀간 분들께

입력 | 2016-08-27 03:00:00


이번 여름에도 많은 지인이 제주를 다녀갔다. 제주를 찾는 지인들은 나의 일상에 대해 궁금해하고 본인들이 제주에 산다면 어떤 생활을 할지 내 얘기에 비추어 그려 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이곳 교육열과 사교육에 대해 자주 묻는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 한림은 제주도 사람들도 시골로 여긴다. 이곳 교육이 수도권과는 많이 다름을 안다. 소위 ‘강남’이라고 하는 그곳의 치열함과 경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자녀의 교육에 있어 부모의 교육관과 선택은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열과 사교육에 대한 관심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주에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대학생들의 취업과 진로 상담을 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A항공사는 매년 2배수 ‘파일럿 인턴’을 뽑아 이들을 해외에서 교육하고 그중에서도 선발된 인턴만을 파일럿으로 입사시킨다. 파일럿 인턴은 남자들만 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계공학과 여학생이 지원하겠다고 나를 찾아왔다. 이 여학생은 대학 입학 때부터 해당 항공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재학 중에 항공사의 인턴 채용 설명회를 혼자 찾아가고 항공 관련 카페에도 몇 곳 가입해 자료도 모아 왔다. 또 스스로 수소문해 경험자들을 만나는 등 최선의 노력으로 경험을 쌓아 왔다. 몇 차례 상담을 통해 그러한 스토리를 정리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조언해 주었다. 그리고 파일럿 인턴으로 당당히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까지 볼 수 있었다.

요즘 기업들은 지원자들에게 거꾸로 질문한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기업에서 원하는 사람은 학점 높은 사람도, 토익 점수가 높은 사람도 아니다. 그건 단지 성실도의 척도이지 더 이상의 것은 얻을 수 없다. 자녀의 관심과 자질을 파악하고 청소년기와 대학 때 그 분야의 경험을 쌓도록 조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지원자의 경험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제주의 대학들만 해도 기본 자격만 되면 캐나다, 호주, 중국, 싱가포르 등 연수 기회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방학 때는 관심 있는 기업 실습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어려서 자연과 벗하고 청소년기는 친구와 벗해야 된다는 가르침에 따라….’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상투적인 자기소개서 첫 문구지만 누구도 이 말에 반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꼭 제주가 아니어도 어떤 환경에서든 가족애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긍정적인 인격 형성에 중요하다.

제주의 교육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과열된 사교육에서 조금 벗어나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제주에서도 시골인 한림에 살고 있지만, 가족과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이곳에서 배우는 가장 큰 교육이라고 말이다.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 상담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권오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