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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아재파탈 이전엔 ‘줌마렐라’ 신드롬

입력 | 2016-08-27 03:00:00

아줌마는 억척스럽다? 경제능력-외모로 통념 뒤집어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희애. 40대 후반임에도 철저한 관리로 가꾼 외모가 돋보인다. SBS 제공

“아재파탈? ‘줌마렐라’가 한참 먼저야.”

최근 중년 남성의 매력을 상찬하는 말 ‘아재파탈’이 화제지만 중년 여성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유행어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2000년대 후반 돌풍을 일으켰던 ‘줌마렐라’다.

아줌마와 신데렐라를 합친 줌마렐라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을 일컫는다.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무례하고 외모에 둔감하다’는 차별적 통념을 뒤집는 의미가 담겼다.

아재파탈과 마찬가지로 줌마렐라 역시 대중문화 쪽에서 먼저 통용됐다. 2008년 고 최진실이 출연했던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신드롬을 촉발시켰던 작품이다. 당시 인기가 다소 하락세였던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듬해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출연했던 배우 김남주는 줌마렐라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인기 연기자였지만 다소 어정쩡한 이미지였던 그는 ‘기혼 여성의 워너비(Wannabe·닮고 싶어 하는) 스타’로 등극했다.

이후 아줌마 관련 유행어는 ‘줌마 파워’ ‘줌마 파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됐다. 최근엔 tvN 드라마 ‘굿 와이프’의 전도연이나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 출연한 김희애 등이 선두주자들. 다만 아재와 비교할 때 ‘줌마…’ 배우들은 20대 때부터 외모가 뛰어났고 40대 들어서도 ‘여전히’ 이를 유지하는 여성이다. 한 교수는 “젊었을 때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잘해온 여배우들이 주로 주목받는다”며 “모든 면에서 특출한 ‘능력자’ 기혼 여성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를 비하한 말)와 같이 중년 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도 많다. 운전이 서툰 중년 여성을 비꼬는 ‘김 여사’나 지나치게 자기 자식만 감싸는 엄마를 뜻하는 ‘맘충(蟲)’ 등이다. 한 심리학자는 “다른 성(性)이나 연령대, 계층을 폄하하는 유행어는 자기도 모르게 왜곡된 차별의식에 젖어들게 만들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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