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인자’ 이인원 부회장 자살]극단적 선택 왜… 롯데 수사 어디로
부검 위해 이송 26일 경기 양평군 양수장례식장에 임시 안치됐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시신이 부검이 진행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양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검찰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고,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수사 일정에 큰 차질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일정 조율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이 남긴 유서를 보면 ‘43년 롯데 맨’으로 근무하면서도 퇴근한 뒤에는 부인을 돌봐 온 가장이자 ‘개인 이인원’의 고충이 묻어나 있다. 그의 부인은 10여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이 부회장의 제네시스 차량에서는 부인의 명함판 사진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특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에 대해 “애국자이고 나라를 사랑했다”, “(평생) 일만 한 사람”이라며 남다른 존경심을 나타냈다. 또 “(신 총괄회장의) 질병으로 인한 지금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족의 문제는 총괄회장의 권위로, 누구의 토도 달 수 없는 문제”라고 적었다. 그룹 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20)15년 초까지 모든 결정은 총괄회장이 했다”고 적었다. 이는 그룹 내 의사결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의 형사책임 범위를 좁혀 주려는 뜻도 있어 보인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서도 “정도 경영을 하려 애쓴 분”이라며 우호적 시각을 드러냈다.
검찰은 사법 처리의 핵심 대상이 아니었던 이 부회장의 자살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인수합병(M&A)에서 발생한 경영 손실을 계열사로 떠넘기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이 부회장이나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의 진술이 필요했던 것이지 이들을 무거운 형사처벌 대상으로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두 달여의 수사로 수사 범위와 방향이 어느 정도 확정돼 있고 많은 물증이 확보됐다. 범죄 혐의 입증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수사가 물거품이 되면서 향후 혐의 입증에 일정 부분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현재 신 총괄회장 일가의 수천억 원대 탈세,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소송 사기 혐의와 금품 로비, 롯데홈쇼핑 비자금, 롯데건설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밝혀 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핵심 의혹이던 ‘정책본부를 기점으로 한 오너 일가의 비자금’에는 접근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