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국토엑스포
구석기 시대 유적인 라스코 동굴벽화에는 말, 사슴, 들소 등 동물 그림만 있지 않다. 사냥의 성공을 위한 지형지물과 자연 환경에 대한 기록도 있다.
스페인 나바라의 아바운트스 동굴에서도 인근의 산과 강, 호수 등을 표시한 바위 지도가 발견되었다. 구불구불한 강줄기와 인근의 산, 강과 지류가 만나는 장소 등이 매우 정확하게 표시돼 있다. 사냥 계획과 특정 사건을 바위에 새겨 기록한 것이다. 공간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선사시대 인류에게서도 엿볼 수 있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다.
지구촌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고에서 포켓몬이 나타나는 증강현실은 다름 아닌 현실세계를 축약해서 만든 지도이다. 구글이 한국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한 것도 바로 이 지도정보이다. 지도정보가 있으면 포켓몬 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도정보를 국가정책에서는 공간정보라 부른다. 지리정보, 지도정보, 공간정보, 지리공간정보 등은 대략 같은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 속의 ‘자율주행자동차 로맨스’나 드론이 촬영한 ‘버드아이 뷰(하늘을 나는 새의 시점) 항공 영상’이나 앞서 언급한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 등은 모두 공간정보를 근간으로 각종 첨단 기술들이 융·복합된 결과물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간정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자체적인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올해 초 공간정보를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시티 등과 함께 국토교통 7대 신산업의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공간정보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간 유상으로 제공되던 수치지도 등 15종의 공간정보를 올 3월부터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7월에는 증강현실(AR), 게임 등과 융·복합하여 실감 나는 콘텐츠 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카카오와 3차원 공간정보 제공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오차범위 ±0.25mm 수준의 정밀도로지도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드론 활성화를 위해 전선·전주 등 장애물 정보를 표현한 3차원 정밀지도도 시범 구축 중이다. 2019년과 2020년 해상도 50cm급 위성 2기 발사에 대비한 위성영상 처리·활용기술 개발과 국토위성정보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2016 스마트국토엑스포’에는 전시관(국토교통 7대 신산업 소개, 스마트홈·가상현실 등 체험존 및 기업 전시부스로 구성), 공간정보 아이디어 경진대회, 공간정보 해외협력을 위한 양자 간 양해각서 체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행사의 핵심 축인 전시관은 국토교통 7대 신산업 및 공간정보 산업 관련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획되었으며, 국가공간정보기반(National Spatial Data Infrastructure)의 영문약자를 활용하여 N, S, D, I의 4개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년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가 될 N 존에는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국토교통 7대 신산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체험, 선릉역을 실제 걷거나 스키점프를 직접 타는 듯한 이색적인 가상체험(VR), 첨단 자율주행 체험이나 미니드론을 직접 날리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다.
S존과 D존에는 네이버·카카오 등을 비롯한 국내 유수의 공간정보 기업 및 단체들이 참여해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실내공간정보 등 메가트렌드 신기술과 융복합을 이룬 공간정보 산업의 최신 동향을 보여줄 예정이다.
행사 둘째날에는 ‘2016 공간정보 융·복합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개최되어 공간정보가 활용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 중에는 국내 공간정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 도움이 될 ‘공간정보분야 해외협력을 위한 양자 간 양해각서(MOU)’도 3건(튀니지, 라오스, 스리랑카) 체결된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