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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잃은 롯데, 쇄신작업 흔들

입력 | 2016-08-29 03:00:00

이인원 부회장 공백에 대책 부심




롯데그룹의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정책본부장)을 잃게 된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에 이어 또 한 번 경영상의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경영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착수한 각종 그룹 쇄신 작업의 발목이 잡혔고, 면세점, 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의 악재가 이어지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롯데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은 직후인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발표했던 4가지 기업 개혁 작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실추된 이미지를 되찾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경영 투명성 제고 △순환출자 고리 연내 80% 해소 등 4가지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부재로 롯데는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9월 경영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이미지 쇄신을 위한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부회장은 외부 인사와 함께 이 조직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 위원회는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롯데의 기업 문화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와 수수께끼 같은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외부의 비판을 받아들여 신 회장이 직접 지시해 마련한 조직이다. 하지만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 이 부회장의 부재로 방향을 잃게 됐다.

7월을 목표로 했던 호텔롯데 상장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등으로 관련 회계 장부가 조작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향후 3년 내 증권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기 때문에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숙제도 갖고 있다.

또 신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경우 그룹의 경영 공백까지 우려된다. 신동빈의 가신(家臣) ‘3인방’으로 불려온 롯데그룹 정책본부 실세 가운데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이 남아 있지만, 2인자로서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했던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계열사 사장들을 아우르는 주도적 역할을 했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구속된 상태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면세점의 사업권 재승인과 롯데홈쇼핑 방송 징계 문제 등도 남아 있다. 관세청이 이르면 연내에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4곳을 지정해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다시 사업권을 따낼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롯데홈쇼핑은 미래창조과학부의 프라임타임 6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판결을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남 신동주 씨가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무한 주주총회를 소집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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