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역대 LG 유격수 한 시즌 최다홈런의 주인은 유지현 작전코치(오른쪽)였다. 이 기록을 뛰어넘은 이는 제자 오지환(왼쪽).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16호 홈런을 터트리며 1994년 유 코치의 15홈런 기록을 뛰어넘었다. 유 코치는 “오지환이 내 기록을 깨줘서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스포츠동아 DB
청출어람이다.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 LG 오지환(26)의 얘기다.
오지환은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시즌 16호 홈런을 터트리면서, 유지현(45) 현 LG 작전코치가 세운 역대 LG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갈아 치웠다. 유 코치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1994년 LG에 입단해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수비와 주루플레이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지만,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신인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에 입단해 무려 15홈런이나 때려내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그 홈런 기록을 오지환이 22년 만에 넘어섰다. 이뿐만 아니다. 시즌 초반 부상 여파로 주춤했지만 후반기에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의 상승세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 코치의 말처럼 오지환은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유격수’로 성장했다. 물론 한때는 경기를 지배하는 실책을 한다고 해서 ‘오지배’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이를 다시 해석하면 팀에 있어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았다는 말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유 코치는 오지환을 누구보다 혹독하게 단련시켰다. ‘LG를 대표하는 역대 유격수’ 계보를 말하자면 김재박(62) 현 KBO경기운영위원과 유 코치가 떠오르지만, 여기에 오지환이 이름을 오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유 코치는 “정말 지독하게 훈련을 시켰다”며 미소 짓고는 “일례로 수비훈련을 할 때 절대 백핸드로 공을 잡지 못하게 했다. 타구는 손이 아닌 발로 잡아야하는 건데 (오)지환이는 발이 잘 안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상체가 아닌 발이 먼저 움직여서 공을 잡을 수 있도록,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더니 그 모습이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힘들었을 텐데 (오)지환이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를 해야 하는 게 아쉽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나를 뛰어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꾸준히 발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