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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과시한 문재인… 대세론-친문패권 논란 ‘양날의 칼’

입력 | 2016-08-29 03:00:00

[더민주 신임대표 추미애]친문 지도부가 대선후보 경선 관리… 복잡해진 셈법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관심은 내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쏠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 대선 주자들은 친문 진영의 당권 장악을 놓고 고민에 빠진 형국이다.

○ 친문 압승, 文에게 양날의 칼?

친문 진영은 이제 대선 후보 경선을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전대가 끝나면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뛰겠다”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뜻을 밝혔다.

비문 진영에선 “지금의 대세론이 끝까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은 2012년 새누리당 후보 경선을 예로 들며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태세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8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선에서 이겼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권을 거머쥔 박 후보는 문 전 대표와 달리 ‘당내 흔들기’가 없었다”며 “공정한 경선 결과를 토대로 당이 합심해 본선을 치르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권을 토대로 2012년 같은 ‘문재인 흔들기’를 막겠다는 포석이다. 추미애 대표도 “경선불복방지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친문 진영의 당권 장악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직 인선 등에서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질 경우 비문 진영에서 ‘제3지대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추 대표는 28일 비서실장에 계파색이 옅은 신창현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송영길 의원과 가까운 윤관석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또 “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이 되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친문 진영의 과제다. 추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어느 계파의 곁불 한번 쬐어 본 적이 없다”며 “공정 경선이 생명이다. 정당 사상 최초로 경선 전 과정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선후보 경선 둘러싼 ‘샅바 싸움’ 시작

김부겸 의원 측 인사는 전대 결과에 대해 “친문 진영과 (경선에서) 대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박 시장, 안 지사 측 역시 고민스러운 분위기다. 안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게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뛰어넘을 카드를 찾는 고민이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비문 대선 주자들이 탈당을 감행해 ‘제3지대론’에 가세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김 의원, 박 시장, 안 지사 모두 향후 정치적인 영향력을 고려해서라도 이번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며 “다만 세 사람 모두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그칠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당내 대선 주자들의 격돌은 경선 시점 결정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9월에야 후보가 확정된 2012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조기 경선을 바라고 있다. 반면 박 시장과 안 지사 측은 늦은 경선을 희망한다. 경선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시장, 도지사직 사퇴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4월 이전에 사퇴하면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전대는 당내 선거일 뿐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에 문 전 대표 측이 고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류 진영의 한 중진 의원도 “경선 룰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선 주자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문 전 대표 혼자 뛰는 경선이 될 수 있다. 이는 본선에서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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