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스포츠 승부조작 ‘검은 거래’] 진화하는 승부조작 수법
B 씨는 “프로농구가 조작 방법이 가장 많다. 첫 2점, 첫 3점, 첫 자유투 등 조작 방식이 많다. 양 팀 합계 150점 이상인가 아닌가, 몇 점 차 이내로 이기고 지는가 등도 그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도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실태를 알기 위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봤는데 경기 시간 내내 베팅이 이뤄지고 방법도 너무 많아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양 팀 합계 150점 이상인가 아닌가, 몇 점 차 이내로 이기고 지는가 등 종류가 많다. B 씨는 “보통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 박빙의 승부를 벌일 때 파울 작전을 쓴다. 자유투로 1점을 내주더라도 다시 공격 기회를 얻어 2점 또는 3점을 내 역전을 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 파울 작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다 조사해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추격이 어려운데 점수 총합만 올라가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오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B 씨가 말하는 ‘오버’는 합법 스포츠토토에서도 운영하고 있는 ‘언더오버’ 방식이다. 양 팀의 득점 합산이 제시된 기준보다 작은(언더)지 큰(오버)지를 예상해 맞히는 방식이다. 프로축구에서는 보통 언더오버의 기준을 2.5점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3골이 나면 오버, 2골이 나면 언더인 것이다. B 씨는 “오버 조작이 있었다는 소문이 난 경기를 다시 보니 골키퍼가 골킥을 실축해서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주거나 상대 팀의 프리킥 때 골키퍼가 무리하게 튀어나와 실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9일 수원구장 경기에 앞서 넥센과 kt 양 팀 선수들이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로배구에서는 특정 서브의 성공과 실패, 첫 블로킹, 첫 공격 아웃 등 단발성 조작에서 세트별 점수에 따른 경기 전체 승패 조작까지 있다. 프로배구에서는 주로 세트당 기준 득점 점수를 정해 놓고 조작이 이뤄진다. B 씨는 “최근에는 득점을 제대로 못하고 세트스코어 0-3으로 쉽게 지는 것은 너무 티가 나서 잘 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서브를 강하게 넣는 추세이다 보니 서브 실수 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박윤균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