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혼쭐난 대한민국] 올여름 온열질환 환자 2098명… 농어민-저소득 고령층 가장 취약 가뭄 식중독등 환경-질병문제 야기… 사회-경제적 ‘영향예보’ 시스템 필요
문제는 이 같은 무더위가 앞으로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맞는 종합적인 ‘폭염 재난’ 대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폭염 대응 못해 피해 눈덩이
피해 장소별로 보면 실외작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온열질환을 호소한 환자가 600명, 논밭에서 발생한 환자가 329명으로 전체 환자의 절반에 가깝다. 취약계층은 집에서도 고통을 견뎌야 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4∼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주민 20명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균 방 기온은 33도에 이르렀다. 연구소 관계자는 “폭염 대응을 개인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국가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집단급식 시설의 위생관리가 허술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개학 이후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식중독 의심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학생들은 공포에 떨었다. 올해처럼 평균기온이 급격히 상승할 때 식재료를 밖에 두면 세균 인큐베이터에 넣어두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조리 전부터 식중독균 증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대다수 급식소는 예산 문제 때문에 식재료를 ‘상온’ 보관할 수 있는 준냉장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가뭄과 녹조 등 자연 생태계 변화도 심각해 우려를 샀다. 지난해 심각한 가뭄 이후 지자체는 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저수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가뭄 피해가 컸던 충남지역은 28일 기준으로 평균 저수율이 39.9%에 그쳐 평년 저수율(74%)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유독성 녹조의 확산이 빨라지면서 낙동강의 식수원 안전 논란도 불거졌다.
○ 예측 능력 키우고 폭염 적응 인프라 구축해야
동아일보 취재팀이 관계 부처 및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온실가스 저감 외에는 전 지구 차원에서 폭염이 자주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은 막기 어려운 탓에 결국 △폭염 예측 능력 향상 △정확한 폭염 피해 집계 △폭염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특히 폭염의 경우 온열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말에 통계청 조사가 이뤄지면 질병관리본부의 실시간 집계보다 2∼3배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드러난다. 또 온열질환자를 열사병 등 6개 질환으로 한정하고 있어 성인병 등을 앓거나 면역력이 약해 폭염의 피해를 보는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우선 폭염 취약지대와 취약계층에 대한 범위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폭염 대응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폭염의 경우 더위 정보뿐 아니라 폭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까지 알려 주는 ‘영향예보(Effect Forecast)’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대한 국가 시스템의 대응과 예측이 취약하다는 점이 이번 폭염으로 여실히 드러났다”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을 면밀히 파악해 이에 대한 관리 수준을 집중적으로 높여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