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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이종수]위기의 에너지 산업… 최적의 정책으로 구출하자

입력 | 2016-08-29 03:00:00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후발국의 추격, 그리고 가격 및 기술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국내 대표 산업이었던 조선과 철강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개 기업 중 5개가 에너지 기업일 정도로 전력, 가스, 석유, 신재생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 산업은 한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경우 그 영향은 여타 산업의 위기와는 규모와 정도에서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 산업은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같은 환경 문제, 석탄 발전에 대한 사회적 시선 변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 변화 등과 같이 경제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1차 에너지(유류)보다 2차 에너지(전기)의 가격이 낮은 에너지 상대가격 왜곡을 많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전력 가격이 다른 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석탄과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에너지원 간 균형이 붕괴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산업 구조에 맞는 ‘최적 에너지믹스’ 달성을 정책 방향으로 고려할 수 있다. 경제성, 안보, 지속적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 경제에 적합한 에너지 소비 비중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원 간 적절한 경쟁을 유도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최적 에너지믹스를 위해서는 환경오염 비용, 인체피해 비용 등과 같은 외부 비용을 정확하게 추정하고 이를 최종 가격에 반영해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과 실행도 중요하다. 전력, 가스, 신재생 같은 정부 정책사업 영역과 정유·석유화학 같은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에너지 부문에 대해 각각 공적 기능 및 경쟁력 강화 같은 차별화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는 최적 에너지믹스라는 일관된 방향을 지향하되 부문별로는 차별화한 세부 정책들이 서로 조율돼야 한다. 현재 부처별로 분산된 에너지 정책 거버넌스의 통합 관리와 통합에너지세 도입을 생각해볼 수 있다. 통합에너지세는 동일한 기준에 따라 모든 에너지원의 가격 및 세금을 형평성 있게 조정해 에너지원들 간의 건전한 경쟁 및 동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최적 에너지믹스, 통합에너지세 그리고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통합 거버넌스가 충족돼야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 수립이 가능하며 에너지 산업 및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또 불확실성이 낮은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현재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의 위기를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으며 국민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