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와 SLBM의 성공에 한일 정보보호협정 필요성 대두 그래도 일본과는 싫다고 하고, 그에 편승하는 그룹도 있으나 급한 상황은 정보협정을 원한다 일본 문제라면 반대하기 쉬우나 국익 위해선 감정 절제할 때
심규선 대기자
“…북한군과 남북 긴장이 높아지고 있던 지난해 8월, (북한이) 잠수함 약 50척을 긴급 출항시켰지만 한국군은 상당수를 놓쳤다. 군사 소식통은 ‘지상기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대잠초계기 P3C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기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필요성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앞으로 북한 잠수함 한 척 한 척이 악의를 갖고 움직이는 군사 기지로 바뀔 것이며, 이는 북한이 게임 체인저에 근접했다는 뜻이다. SLBM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절대로 핵 개발과 무기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졌다(북한에 대한 기대도, 중국에 대한 희망도 접자). 강력한 대항 무기 개발과 도입, 동맹국 간의 연합작전 능력 향상과 정보자산의 공유가 대안일 것이다. 그중 하나가 한일 GSOMIA 체결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이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들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GSOMIA는 필요한가. 처음 제안한 것은 1989년 우리 국방부다. 지금보다 북핵 문제가 덜 심각한 때였으니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속으로는 우리 쪽도 많이 원하고 있다. 일본과의 GSOMIA는 대북 억지력을 높이고, 부족한 정보 역량을 보강하며, 한미, 한미일 동맹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누가 더 이득을 볼 것인가. 일본의 대잠정보 수집 능력은 매우 뛰어나고, 군사위성 등을 통한 정보 수집 능력도 탁월하다(물론 우리 쪽이 뛰어난 분야도 있다). 일본도 원하나.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북한은 일본에도 ‘두통의 씨앗’이며, 일본은 수집 가능한 정보는 모두 얻고 싶어 한다. 법적인 장애는 없나. 우리는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국회 동의 없이 이미 18개국과 국가 간 협정을, 13개국과 국방부 간 약정을 맺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나. 2014년 12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맺고 미국을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정보만을 공유하고 있다. 불편하고 부족하고 너무 늦다.
질문과 대답은 일관되게 GSOMIA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일한 걸림돌은 국민감정이다. 24일부터 사흘간 도쿄에서 제24차 한일포럼이 열렸다. GSOMIA에 대한 언급도 많이 나왔다. 지금 추진했다가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비관론에서부터 러시아와도 하는 것을 일본과는 왜 못 하느냐는 개탄까지 폭이 넓었다. 단, 필요성을 부인한 사람은 없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핵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논문에서 “일본과는 정보보호협정을 넘어 정보공유협정을 맺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제안한다. 국민감정을 우선하지 말고, GSOMIA의 필요성을 우선하자고. 말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아니, 기만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한일 현안은 이제, 상식을 앞세우고 감정을 뒤로 돌려야 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의 출구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였다면, 새로운 한일관계 50년의 입구는 GSOMIA가 됐으면 한다.
북핵 문제를 외교와 대화로 풀자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GSOMIA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GSOMIA는 군사 외교, 군사 대화의 좋은 방법이다. 사드에 이어 또다시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을 겁박하는 중국의 대사는 서울을 활보하고,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는 경호원과 함께 다녀야 하고, 동맹의 한 축이자 이웃인 일본의 대사는 신분 밝히기를 꺼리는 이 기괴한 상황을 언제까지 묵과할 수는 없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