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일부를 삭제하는 ‘가위질’에서 더 나아가 책의 출간, 판매, 열람, 소지 등을 금하는 일, 즉 금서 조치를 당한 책들은 역사적으로 부지기수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1922년)는 문예지 연재 도중 게재를 금지당했고 결국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됐다. 외설적이고 부도덕한 묘사가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에서 상당 기간 발행이 금지되었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년)은 흑인 노예 일가의 비극적인 삶을 생생하게 묘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출간 1년 만에 30만 부가 팔릴 정도였으나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노예 해방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불온시되며 판매가 금지됐고, 읽거나 지니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남북전쟁 발발 후 링컨 대통령이 스토를 백악관에서 만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문학사란 ‘금서의 문학사’에 가깝다. 이른바 세계 명작 중 상당수가 한때 금서였다. 검열과 금서는 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우리가 너나없이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어 한다면, 책을 읽을 자유는 자유의 최소한이다’(이현우, ‘책을 읽을 자유’).
존 밀턴(1608∼1674)이 ‘아레오파기티카’(박상익 역)에서 말한다. “검열이라는 교묘한 계획이 어떻게 해서 수많은 헛되고 불가능한 시도들 중 하나로 여겨지지 않는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검열을 시행하려는 이는 공원 문을 닫아 까마귀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무모한 자와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