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한국 수영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어차피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이 승승장구할 때, 우리는 맥없이 무너졌다. 사실상의 유일한 희망이던 박태환(27)조차 쓰라린 상처만 안았다. 리우올림픽에 나선 경영대표팀 8명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지도부 비리로 인해 대한수영연맹이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등 리우올림픽 이전부터 온갖 내홍에 시달렸던 수영계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루된 ‘몰카 게이트’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013년 충북 진천선수촌 여자수영대표팀 탈의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남자수영 국가대표 2명을 조사 중이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2012런던올림픽·2014인천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함께 나선 2명 가운데 1명은 리우올림픽에도 나섰다. 이미 입건된 A는 “호기심으로 (몰카를) 설치한 사실이 맞다”고 혐의를 인정하며 “B도 함께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리우올림픽에 나선 B는 혐의를 부인하는 있지만 경찰은 둘의 대질심문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은 A의 노트북 삭제파일까지 복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영연맹은 28일 진천선수촌에 경영대표팀이 입촌한 가운데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추가 범행을 적발하고, 당사자들의 선수자격 박탈 등 강력한 징계 의지를 밝혔지만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진천선수촌 수영장 시설에 대한 전파탐지기 자체 조사 ▲(외부 업체를 활용한) 여자화장실·샤워실·탈의실·숙소 등에 대한 정밀조사에 대해서도 냉소를 보낸다. 형편없는 실력에, 무엇보다 인성도 좋지 않은, 기본소양을 갖추지 않은 선수들이 버젓이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한다.
지금은 어떠한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조차 수치스럽다. 수영연맹도, 체육회도 국가대표 관리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과에 울고, 관리에 우는 한국수영은 거꾸로 가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