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 ‘산책’.
처음 모델과 화가로 만난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나가 되었지요. 결혼 후 부부가 신혼살림을 차린 곳은 파리 근교 작은 도시, 아르장퇴유였어요. 어렵게 꾸린 가정은 평온했습니다. 화가는 커 가는 아이를 보는 즐거움과 따뜻한 가정의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이 무렵이 화가 예술의 개화기였습니다. 미술가는 인상주의 첫 번째 단체전에 참가했고, 논란 속에서 자신만의 미학적 색채를 심화해 나갔지요.
화가는 야외 작업을 고수했습니다.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생동감 있는 미술을 추구했지요. 미술가는 큰 그림을 그릴 때면 깊게 땅을 파고 캔버스를 고정했어요. 맨바닥에 여러 개 캔버스를 준비해 놓고 기상 악화로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작업에 열정적으로 임했지요. 또한 1873년에는 작은 배 한 척을 작업실로 개조했습니다. 미술 상자와 모델을 싣고 센 강을 유람하다 마음에 드는 경치를 발견하면 선상에서 바로 작업이 가능했거든요.
무더위의 기세가 찬바람에 한풀 꺾였습니다. ‘세상에 늘 음악소리만 들릴 때 달콤한 침묵을 갈망할 것이고, 삶에 언제나 즐거움만 가득할 때 고요한 휴식을 찾을 것이다.’ 미국의 시인 헨리 밴 다이크는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에서 노래했습니다. 더위가 혹독했던 이번 여름, 한 줄기 바람이 참 그리웠습니다. 오늘 아침 대기의 변화가 그림 속 바람결처럼 싱그러워 무척 반갑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