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이석수 수사]특별수사팀 8곳 압수수색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사의 표명)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두 사람을 동시에 정면 겨냥함으로써 정치적 오해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별수사팀은 이를 두고 “서로 맞물려 있는 두 사건의 실체를 효과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외부에서는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에 제대로 나설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시각이 있었다. 수사 대상이 현직 대통령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인 데다 또 다른 연루자 역시 유력 언론사 기자라는 점에서다.
검찰은 새로운 비리 갈래를 발굴하기보다는 기존에 나온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이날 정강과 넥슨코리아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강은 우 수석의 탈세, 배임·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마세라티 등 고급 차량 유지비와 가족 통신비 등을 이 회삿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의혹과 기존에 언론,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확인할 예정이다.
‘정강’ 압수품 옮기는 검찰 29일 검찰 특별수사팀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가족회사인 정강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및 폐기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예상을 깨고 이 특별감찰관, 이 특별감찰관과 통화한 일간지 기자의 휴대전화를 전격 압수했다. 해당 기자는 우 수석 처가의 넥슨 땅 거래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기자다.
휴대전화 확보는 누출 의혹에 이 특별감찰관과 이 기자가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는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또 특별감찰관실이 감찰 자료를 대거 폐기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을 모두 조준한 검찰이 ‘청와대 눈치보기’ 의혹을 극복하는 수사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윤갑근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장)에게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