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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측 핵심증인 대거 불참… 반쪽 청문회

입력 | 2016-08-30 03:00:00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첫 청문회
영국본사 관계자 등 13명 안 나와… “옥시 인수前 독성물질 사용 결정 나”
한국법인 대표는 책임회피 급급… 피해자 “국회 무시-진실 은폐” 분노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열린 청문회에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 핵심 증인이 대거 불참해 이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비판이 쏟아졌다. 피해자들은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가 청문회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진상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9일 국회에서 청문회를 처음 열고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를 대상으로 참사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국회가 요청한 옥시 측 증인 및 참고인 28명 중 옥시 영국 본사 관계자 등 핵심 증인 13명이 불참한 데다 청문회에 참석한 현 옥시 한국법인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독성 물질 사용을 결정한 것은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진상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옥시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변론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며 대답을 회피해 빈축을 샀다.

또 특위는 옥시로부터 뇌물을 받고 허위보고서를 작성해준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된 서울대 조모 교수의 출석도 요구했으나 조 교수는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특위 위원 사이에서 “누구에게 질의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옥시 본사가 영국 정부의 요청을 이유로 특위의 현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주한 영국대사관을 통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옥시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한국 국민과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을 당시 책임자이던 존 리 전 옥시 사장 등이 증인 출석을 회피하면서 대한민국 국회를 무력화했다”며 “이는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옥시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알고도 판매했을 가능성 등을 집중 추궁한 특위는 30일에도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 책임 문제를 지적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특위는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 제출 및 영국 본사 현지 조사 재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임현석 lhs@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