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AP기술 앞세워 중저가폰 평정 나선다 풀HD 영상-1300만 화소 카메라 등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고객 다변화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 저가형 모바일 AP ‘엑시노스 7570’(사진)을 양산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중저가 스마트폰용 모바일 AP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AP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휴대전화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1나노는 10억분의 1m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나노 단위가 낮아질수록 회로 간 폭이 좁아져 전자의 이동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속도는 빨라지고 소비전력은 줄어든다. 14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면 기존 28나노 공정일 때보다 성능은 70%, 전력효율은 3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저가형 14나노 모바일 AP는 풀 HD 영상 촬영 및 재생이 가능하다. WXGA(1280×800) 해상도와 전·후면 800만, 1300만 화소 카메라 해상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고해상도 및 고사양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가격대별로 제품을 내놓는 것은 고객 다변화를 위해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시장 선두 업체인 퀄컴과 중저가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업체 틈에서 고전해 오다가 14나노 경쟁력을 앞세워 점차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14나노 양산 이후 자사(自社) ‘엑시노스’ 브랜드 판매뿐만 아니라 대형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도 키워가고 있다. 그동안 대만 TSMC에 위탁 생산해온 퀄컴이 ‘스냅드래건 820’부터 삼성전자에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AP를 만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 전략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1∼3월) 3년 만에 두 자릿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 데 이어 올해 2분기(4∼6월)에는 2000억∼3000억 원대 흑자를 냈다.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2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중국 가상현실(VR) 기기 업체인 디푼에도 모바일 AP를 공급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