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근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이 29일 한국증권금융 주주총회에서 상근 감사위원에 선임됐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하는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전담 공기업이다. 서강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증권·금융이나 회계 감사 관련 전문성은 전무한 그에게 연봉 1억5000만 원이나 되는 공기업 2인자 자리가 주어진 것은 도를 넘는 ‘낙하산 인사’다.
2004년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대통령의 펜’ 역할을 해온 가신(家臣)에게 이만한 배려를 하는 건 세상사 정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의 직장’ 취업을 평생소원으로 아는 청년 백수, 실직이나 자영업 실패로 인한 50대 백수가 즐비한 마당에 또 나온 낙하산 인사는 국민 인내심의 임계점을 뛰어넘는다. 대통령이 아무리 ‘애국심’과 ‘자긍심’을 외친다 해도 ‘헬조선’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다.
특히나 대통령 곁에서 고생했다고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준다는 것은 과거 대갓집에서 독립하는 가신에게 한 밑천 떼어주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나라를 사유물로 알고 공적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사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만 비서실과 내각에 앉히는 것도 모자라 친소관계에 따라 공공기관에 자리까지 마련해 주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요체인 공공성과도 거리가 멀다. 양극화는 심각해지는데 권력 엘리트끼리 부(富)까지 독식하는 모습이 빤히 보이니 적잖은 국민이 불공정한 사회와 기득권층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왔다”고 말했다. 이런 낙하산 인사가 계속될 바엔 앞으로 개혁이라는 말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