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진해운… ‘대마불사’ 안 통했다

입력 | 2016-08-31 03:00:00

[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行]채권단 “자구노력 우선” 원칙 재확인
조선업 등 구조조정에도 영향 미칠듯




한진해운은 재계 순위 10위인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해운업계 1위 회사다. 채권단은 ‘국내 최대 선사를 포기한다’는 비판에도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단호히 거부해 대주주 책임 분담과 ‘선(先)자구 노력-후(後)지원’의 구조조정 원칙을 관철시켰다.

이는 “국적 해운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 밀리면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고 자칫 해외 채권자들의 ‘출구전략’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진해운 처리 결과가 조선업 등 다른 업종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단은 대주주가 있는 개별 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이 제시한 5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이 전체 부족자금(1조∼1조3000억 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자구안에서 한진그룹이 올해 한진해운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자금 규모가 2000억 원에 그쳐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도 해외 채권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사용될 것이라는 판단도 이번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도 이 금액이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되지 못하고 용선료, 항만 하역비 등 해외 상거래 채무 상환에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황 변동이 큰 해운업의 특성상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정상화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은 추가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자산 매각과 대주주의 책임 분담, 원가 절감, 채무재조정 등 기업의 자구 노력이 뒷받침될 때,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돕겠다는 ‘현대상선식 구조조정 모델’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 사례처럼 ‘국민의 혈세가 함부로 쓰이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조선업 등 다른 업종의 구조조정에도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경제와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을 끌고 왔던 기존 구조조정 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주애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