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거짓말을 하면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아주 오래전에 밝혀졌다. 기원전 250년경 그리스의 내과 의사 에라시스트라투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심장박동 수가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미시법이라는 특이한 심문 방법이 있었다. 심문할 때 마른 쌀가루를 입속에 물게 하고 질문에 답하게 한 다음 쌀가루가 말라 있으면 유죄로 판단하고, 젖어 있으면 무죄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면 긴장을 해서 침의 분비가 줄기 때문에, 입안의 쌀가루가 건조한 상태로 있을 것이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침의 분비가 정상적이라 젖어 있을 것이라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라고 한다.
1915년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이 혈압 변화를 이용해 처음으로 현대적인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했고, 1921년 미국의 경찰관이자 법의학자인 존 라슨은 지금의 거짓말 탐지기와 비슷한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호흡, 맥박, 혈압 등을 동시에 연속으로 측정해서 범인이 거짓말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연구자가 이 장치를 발전시켜 호흡, 피부 전기 반응, 혈압, 맥박을 동시에 연속으로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거짓말 탐지기를 완성해 지금 범죄 수사에 사용하고 있다.
○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람에겐 감정에 따라 심장 운동, 호흡, 땀이나 소화액 분비 등의 생리 작용 변화가 생긴다. 이런 생리 작용은 외부 자극이 없으면 안정 상태를 유지하지만, 감정이 급격히 변해 신경계를 자극하면 특이한 반응이 일어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흥분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긴장을 하면 땀이 나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것처럼 고의로 거짓말을 할 때는 발각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호흡, 피부 전기 반사, 혈압, 맥박의 변화가 나타난다. 거짓말 탐지기는 이와 같은 변화를 기록한다.
○ 거짓말 탐지기로 해결한 사건
○ 새로운 거짓말 탐지 기술
최근에는 거짓말 탐지기에 또 다른 많은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동공의 변화를 측정하고, 뇌파를 검사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뇌파는 뇌가 알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면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범죄 현장의 사진 등을 보여줄 때 용의자에게서 뇌파가 발생되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안면의 온도를 측정하여 거짓말 여부를 판정하기도 하고,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로 뇌의 사진을 찍어 뇌의 어떤 부위에 변화가 있는지를 검사하면 거짓말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우리가 수학 문제를 풀면서 어려워서 끙끙할 때 MRI 기기로 뇌의 사진을 찍으면 뇌가 활성화가 되어 빨갛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짓말을 해도 이렇게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장비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범죄 사실과 연결하여 정확한 질문을 하면서 거짓말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관의 경험과 능력이라 하겠다.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