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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입력 | 2016-08-31 03:00:00


여러분은 아베노믹스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정책입니다. 그 핵심은 일본의 화폐인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고, 그런 방법으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양적 완화를 비롯한 엔화의 공급을 확대하는 통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왜 자기 나라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할까요? 두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화폐인 달러와 우리나라 화폐 원화의 교환 비율은 원-달러 환율입니다. 환율이 달러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상승하면 우리 국민이나 기업이 1달러를 구입하는 데 이전에는 900원을 지불하다가 1000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이 경우 달러의 가치는 상승한 반면 원화 가치는 그만큼 하락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원화 가치가 내려가면 우리 기업들은 수출을 통해서 추가적인 이득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격이 100달러인 제품을 수출한다고 가정합시다. 이전에는 9만 원을 벌었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상승하면 10만 원을 벌게 되어 1만 원의 추가 이익이 생겨납니다. 또 수출 가격을 100달러에서 95달러로 내려도 환율 상승으로 5000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합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수출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고 이는 수출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상승했다고 가정합시다. 물건 자체에 변동은 없지만 환율 때문에 수입품에 대해 달러당 100원을 더 지불해야 합니다. 이 경우 결국 수입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 감소로 이어집니다. 반면 환율 하락, 즉 원화 가치의 상승은 수입품의 국내 판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수입이 증가하게 됩니다. 환율의 변동은 이렇게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국내의 생산과 소득, 그리고 투자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원화와 마찬가지로 엔화 가치의 하락은 일본의 수출 증대와 수입 감소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일본 국내 생산을 촉진해 소득의 증가와 투자, 소비를 일으킵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많은 나라들은 일본처럼 양적 완화 등의 통화량 증대로 자국 화폐 가치의 하락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국 화폐 가치가 오르면 수출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그에 따라 생산, 투자 등의 부진으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화폐 가치를 낮추게 되면 수출을 위한 생산은 늘어나는 반면 수입에 대한 수요는 감소해 세계적으로 만성적인 공급 과잉, 수요 부족 현상이 나타날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생산이 감소하고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화량을 늘려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환율 전쟁을 촉발하기도 합니다. 환율 전쟁으로 인한 공급 과잉은 곧 경쟁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