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15년 전 국내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콜레라가 지난주 다시 등장하자 의료계에선 어리둥절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2번 환자가 나타나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게다가 두 환자의 콜레라균은 유전자형이 같았다. 서로 관계가 없는 두 주택에 도둑이 들었는데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이 똑같은 경우와 다름없다. 세 번째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도둑을 잡아야 한다. 두 번째 콜레라 환자가 나타나자마자 차관급인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이 한밤중에 경남 거제시로 달려간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이 지금까지는 대체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건도 두 번째까진 양상이 비슷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처음으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적발됐을 땐 다들 정신 나간 한 의사의 일탈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올해 2월 초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두 번째 사례가 등장하자 우려가 커졌다. 비슷한 일이 전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각종 대책을 내놨다.
더 황당한 건 주사기를 수거하기 한참 전인 2월 25일 이미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이 우르르 제이에스의원에 몰려가 의료진에 주의를 줬다는 사실이다. 당시 점검반은 건강보험금을 거짓 청구했는지, 시설 용도가 신고된 것과 다름없는지 등을 점검하고도 현장에 있던 주사기는 수거하지 않았다. 혐의가 뚜렷한 피의자에게 경찰이 떼거리로 몰려가 잔뜩 겁을 주고도 정작 압수수색은 ‘천천히 증거를 없애라’는 듯, 한 달 뒤에야 실시한 것과 다름없다.
복지부는 다음 달 정기 국회가 열리면 C형 간염을 전수 감시 대상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할 거라고 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올해 2월 두 번째 집단 감염 사태가 터져 시민들이 목 아프게 요구했을 땐 뭘 했는지 모르겠다.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