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7년 소록도병원으로 갔다. 전문의 시험 자격을 얻기 위한 의무규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한데 그 뒤에도 소록도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있고 싶어서였다. 1983년부터 한센병 전문 애양병원의 터줏대감으로 눌러앉는 바람에 서울대병원의 교수직 제의도 뿌리쳤다.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를 그는 “이 선택을 나 자신이 했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라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미국 신문은 해마다 대학 졸업식의 명연설을 소개한다. 올해 주목받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연설은 서울대 축사와도 맥이 통한다. “삶은 여러분이 공들여 짜놓은 계획을 종이파쇄기에 밀어 넣는다. 내가 꿈꾸던 직업을 결코 얻지 못할 수도 있고, 만약 꿈꾸던 직업을 얻는다 해도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앙처럼 보이는 일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내가 세운 인생계획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기회’를 차버리지 말라.”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