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털기를 하는 사이트인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가 경찰에 붙들렸다. 잡고 보니 맹랑하게도 20대 여성들이었다. 강남패치는 인스타그램에 연예인, 스포츠계 인사를 포함해 1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름과 신상을 공개하며 이들이 유흥업소 종사자나 성형중독자라고 폭로해 온라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강남패치란 이름은 ‘강남’에다 폭로전문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합성해 지었다고 한다. 게시글에 허위 내용이 많아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했다.
▷강남패치 운영자의 범행 동기는 시샘에서 시작됐다. 클럽에 드나들며 우연히 알게 된 중견기업 회장의 외손녀에게 질투심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클럽에서 들은 소문을 바탕으로 그 여성을 헐뜯는 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피해자들의 신고로 계정이 폐쇄되자 30여 곳이나 계정을 바꿔가며 폭로를 계속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인스타그램 서버가 외국에 있어 경찰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믿어 더 그랬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7대 악에 포함시키지만 질투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질투는 비교에서 비롯되므로 상대가 있어야 한다. 비교 대상은 소유물이든 재능이든 외모든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강남패치 운영자가 시샘한 것은 상대의 ‘금수저’ 신분이었다.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중견기업 회장 외손녀라는 지위는 그렇지 못하기에 질투심이 복받친 것 같다.
▷어떤 질투심은 성취를 위한 동력이 되지만 질투하는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 네 명 중 한 명꼴로 질투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여자가 그렇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질투란 대체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상대로 일어나는데 이번 경우는 클럽에서 오가다 만난 사람이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마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의 것들을 자랑하는 문화가 비교의 대상과 범위를 넓히게 된 것 같다. 20대 여성, 강남 클럽, 성형수술, 신상 털기. 속물화한 세상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