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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시인들의 산문 쓰기, 소설가들의 산문 쓰기

입력 | 2016-09-01 03:00:00


‘문자를 받았다. 세상의 모든 멘토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하는데, 정작 자신의 문제는, 도대체 인생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꾸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거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 세상 누구도 인생을 한꺼번에 만난 적 없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시인 신용목 씨의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의 한 대목이다. 이 짧은 산문은 제목을 갖고 있다. ‘누구도 인생을 한꺼번에 살지 않는다.’ 그의 산문은 한 편 한 편 시로 불러도 될 법하다. 산문집의 편집자는 신 씨에 대해 “시와 산문이 똑같이 생긴 사람”이라면서 그가 조사(助詞) 하나하나 꼼꼼하게 고쳐 가면서 아홉 번, 열 번 산문집 교정을 보더라고 귀띔했다. 언어를 섬세하게 만져서 시를 만드는 시인다웠다.

산문은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쓸 수 있는 문학 장르다. 시인도, 소설가도, 평론가도 산문을 쓸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평소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냐에 따라 산문의 특징이 다르다는 건 흥미롭다. 신 씨처럼 많은 시인들은 시를 쓰듯 산문을 쓴다. 허수경 씨의 산문집 ‘너 없이 걸었다’는 독일 뮌스터 거리를 걸으면서 쓴 에세이지만, 독일의 구체적인 풍경이 잘 드러나진 않는다. 오히려 시인은 이국에서 오래 지내온 자신의 감성을 풍성하게 드러낸다.

소설가들은 직업답게 서사가 선명하다. 윤대녕 씨의 ‘칼과 입술’이 그렇다. 음식을 테마로 삼았다지만 한 편 한 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20대 시절 방황하는 마음에 절에서 곁방살이를 하며 장아찌를 먹던 얘기, 직장을 다닐 적 저녁에 광화문 생선구이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피로를 달래던 기억을 풀어놓는다. 김중혁 씨는 ‘바디 무빙’에서 인간의 몸 곳곳에 대한 성찰과 함께 몸에 대한 자신의 추억도 유쾌하게 섞어서 들려준다.

산문집을 내온 난다 대표이자 시인인 김민정 씨가 보기에 에세이를 잘 쓰는 저자군은 ‘평론가’란다. “평론가는 사실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에세이를 쓸 때도 오류를 용납하지 않는다. 인과관계가 중요한 만큼 글이 납득이 잘된다.”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서울 용산을 탐사해서 펼쳐 보인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의 평론가 이광호 씨, 다양한 영화에 대한 상념 속에 논리와 감수성을 교차시킨 ‘정확한 사랑의 실험’의 평론가 신형철 씨의 산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구분해 보니 얼핏 비슷해 보이는 산문집도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독자들 마음에 맞춤한 산문집 한 권을 골라 글맛을 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