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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최유진]미술한류, 과연 불가능한가

입력 | 2016-09-01 03:00:00


최유진 시각예술큐레이터

한류 바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에서 한류는 이어졌고 그들이 선사한 경제 효과도 막대했다. 그러나 미술에서만큼은 그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 창의력으로 따지자면 어디에 내놔도 아쉬울 것 없는 인재들이 적지 않음에도 한류는커녕 여전히 한국 미술은 동시대에서 변방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의 배경에는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 미술의 가치와 시장 가치 간 균형을 상실한 구조, 멀리 보지 못한 채 당장의 이익에만 충실한 미술생태계 등이 놓여 있다. 물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수용하거나 그에 대응하지 못하는 협소함도 미술 한류의 침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미술계는 미래로 확장된 실험적인 작업에 대한 독려보다는 대중 취향에 편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잠재력이 뛰어난 국내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시키는 교두보도 그리 많지 않다. 즉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예술 거점이 공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인데, 이는 두어 개의 옥션 회사와 10개 안팎의 갤러리가 국내 미술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는 실정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이란 그저 소비되고 휘발되는 고급 소모품일 뿐 깊은 잔상을 남기는 역사가 되진 못한다. 특히 우수한 미술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협소한 무대, 실현성과 동떨어진 인문학적 수사만으로 미술한류를 고대한다는 건 그저 막연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은 곧 대안을 낳는 법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만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프로모션 등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작가 지원 프로젝트를 적극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부단히 노력하고 성장하려는 국내의 보석 같은 작가들에 대한 믿음과 인내, 인재 발굴과 육성에 관한 구성원들의 사회적 책임감과 의지도 필요하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순환한다면 미술한류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 순환의 틈에서 동서양 구분 없이 인종 성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공통의 미술언어를 찾아내려 한다면 한국미술은 세계가 우러러보는 또 하나의 바람이 될 것이다. 그것이 ‘미술한류’다.

최유진 시각예술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