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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추미 9000명 오성홍기 흔들며 “자유”

입력 | 2016-09-02 03:00:00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모여들어 “이변 일으키자” 북 치며 광적인 응원
전동톱 소음과 맞먹는 100dB 넘기도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중국 팬 9000여 명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쪽을 가득 메운 채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추미(球迷·중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스의 별칭)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단체로 한국을 찾았다. 여기서 무너지면 중국 축구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1차전을 앞두고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출입구 부근에 모인 수천 명의 중국 팬은 한국에 승리해 ‘공한증(恐韓症·축구에서 중국이 한국에 느끼는 공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중국 팬들은 단체로 오성홍기를 흔들면서 중국 응원가를 부르고, “자유(加油·힘내라)”를 외치며 경기 전부터 응원 열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이날 중국 팬 대부분은 붉은색 대신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다. 톈예 씨(30)는 “방문경기이기 때문에 중국축구협회가 중국 국기에 그려진 별의 색깔인 노란색의 티셔츠를 나눠줬다. 우리 선수들이 ‘황금용’이 돼 한국을 무찌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안방팀인 한국은 붉은색 유니폼을, 방문팀인 중국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오후 8시 경기가 시작되자 중국 팬들은 북을 치면서 열광적인 응원을 벌였다. 링웨 씨(20·여)는 “거액의 포상금까지 걸려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반전에 중국 관중석의 응원 소리를 스마트폰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최대 100데시벨(dB)까지 올라갔다. 전동 톱 소리와 맞먹는 크기의 소음이다. 그러나 쩌렁쩌렁한 응원 구호로 가득했던 중국 관중석은 전반 21분 한국에 선제골을 내준 뒤에는 한동안 정적에 휩싸이기도 했다.

후반전에는 한국과 중국 응원단의 신경전이 더욱 뜨거워졌다. 이날 양측을 합쳐 총 5만123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이 3-0으로 앞서자 한국 응원단은 후반 21분부터 8분여간 파도타기 응원을 펼쳤다. 풀이 죽어 있던 중국 응원단은 중국이 2골을 만회하자 발을 구르면서 응원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의 패배가 확정되자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날 경기장을 찾은 중국 응원단은 9000여 명(대한축구협회 추산)으로 방문 팬과 유학생을 합쳐 3만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는 크게 못 미쳤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 측은 경기장 남쪽 스탠드 1만5000석의 티켓을 구매했지만 상당수의 표를 자국 팬들에게 판매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자를 받기 힘들었다는 말도 있다”며 “이 때문에 예상보다 적은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