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숭호 정치부 기자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이 지구 온난화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북극해는 얼음이 녹는 7∼10월(4개월)만 선박 운항이 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2020년이면 6개월, 2030년이면 연중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의 재앙을 외면한 채 경제적 이익만 좇자’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해 얼음 면적은 2100년이면 1950년 대비 43%, 최대 94%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합의된 파리협정(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2도 억제)을 모든 나라가 충실히 이행하더라도 온난화는 지속되다가 2100년에야 그 추세가 꺾인다고 한다.
남극대륙은 특정국이 영토 주장을 할 수 없는 ‘모라토리움’이 선언돼 있지만 바다와 얼음뿐인 북극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북극을 둘러싼 미국, 러시아 등 8개 연안국이 북극이사회를 이끄는 정회원이고 한국은 2013년 중국, 일본과 함께 옵서버가 됐다. 아직 한국의 발언권이 작은 게 현실이다.
다행히 한국은 스발바르 섬에 있는 다산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일본이 북극항로 개발에 아직 덜 적극적인 점도 한국에 호재다. 중일은 수출화물을 싣고 간 배가 빈 배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러시아의 자원개발, 철도-해상운송을 연계한 복합 물류를 통해 가능성을 찾아낸다면 운송시장을 선점해 이끌어갈 수 있다. 김찬우 외교부 북극협력대표는 “러시아가 석유·가스 자원 운송 등 자국의 필요성에 따라 루트를 개척 중이어서 북극항로는 계속 개발될 것”이라며 “완전히 (시장이) 열렸을 때 끼어드는 건 늦다. 미리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지대 과학연구, 지하자원 개발의 타당성 조사 등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조숭호 정치부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