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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조숭호]북극 자원의 재발견

입력 | 2016-09-02 03:00:00


조숭호 정치부 기자

역대 최악인 불볕더위가 끝나간다. 정말 지구는 뜨거워져 가는가 보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이 지구 온난화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북극해는 얼음이 녹는 7∼10월(4개월)만 선박 운항이 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2020년이면 6개월, 2030년이면 연중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로테르담(네덜란드) 운송거리가 2만2000km에서 1만5000km로, 운항 일수는 40일에서 30일로 짧아진다. 한국은 2013년 현대글로비스의 시범운항을 시작으로 매년 1, 2회 북극항로 운항을 해왔고 지금도 한국 물류회사 ‘SLK국보’가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를 싣고 북극해, 러시아를 지나 카자흐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인류의 재앙을 외면한 채 경제적 이익만 좇자’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해 얼음 면적은 2100년이면 1950년 대비 43%, 최대 94%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합의된 파리협정(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2도 억제)을 모든 나라가 충실히 이행하더라도 온난화는 지속되다가 2100년에야 그 추세가 꺾인다고 한다.

남극대륙은 특정국이 영토 주장을 할 수 없는 ‘모라토리움’이 선언돼 있지만 바다와 얼음뿐인 북극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북극을 둘러싼 미국, 러시아 등 8개 연안국이 북극이사회를 이끄는 정회원이고 한국은 2013년 중국, 일본과 함께 옵서버가 됐다. 아직 한국의 발언권이 작은 게 현실이다.

다행히 한국은 스발바르 섬에 있는 다산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일본이 북극항로 개발에 아직 덜 적극적인 점도 한국에 호재다. 중일은 수출화물을 싣고 간 배가 빈 배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러시아의 자원개발, 철도-해상운송을 연계한 복합 물류를 통해 가능성을 찾아낸다면 운송시장을 선점해 이끌어갈 수 있다. 김찬우 외교부 북극협력대표는 “러시아가 석유·가스 자원 운송 등 자국의 필요성에 따라 루트를 개척 중이어서 북극항로는 계속 개발될 것”이라며 “완전히 (시장이) 열렸을 때 끼어드는 건 늦다. 미리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지대 과학연구, 지하자원 개발의 타당성 조사 등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마침 2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북극항로의 출발점인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다. 취임 이후 처음 러시아 땅을 밟는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지난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난맥상을 거울삼아 장기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북극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주면 좋겠다.

조숭호 정치부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