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기 국제부 차장
지난달 2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통해 중국 흠집 내기와 유엔 안보리 개혁 지지 세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993년 이후 일본에서 열리던 TICAD를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에서 열면서 준비 과정에도 아주 세심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2년 만에 60%대로 뛰어올랐다.
아베 총리는 아프리카 54개국을 향해 300억 달러(약 33조6000억 원)의 투자와 아프리카 인재 1000만 명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인민은 영원한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 좋은 형제’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지난해 12월 아프리카 순방 때)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을 힘을 앞세우는 패권주의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여기에 한마디를 더 보탰다.
“아프리카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배출해야 한다. 안보리 개혁이라는 일본과 아프리카의 공동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
아프리카 공략의 선두 주자를 자처해 온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꼰 것이었다. 중국 외교부가 나서 “일본이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를 이간한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지만 두 정상의 메시지를 모두 기억하는 아프리카 정상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력을 보태자면 ‘지금은 중국이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추진하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둘도 없는 친구처럼 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중국이 요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추측은 아닌 듯하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운운하다가도 수틀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국을 겁박하는 행태를 우리만 목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방이 사실상 보이콧한 지난해 중국 전승절 행사 때 자유세계 정상 중 유일하게 톈안먼 성루에 오르는 용기를 냈던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들먹이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중국을 ‘책임 있는 대국(大國)’으로 여길까.
이처럼 최근 빈발하는 중국의 ‘거친’ 대국 이미지는 중국이 아직도 주변국을 자신들에게 조공을 갖다 바치는 속국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틀 뒤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갖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고 다시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서로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성동기 국제부 차장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