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와 TV가 별로 없던 시절 한국 정치에서도 웅변은 정치인의 주요 자질이었다. 청년 정치인 김대중(DJ)은 ‘동양웅변전문학원’을 직접 운영했다. 목포상업학교 때부터 웅변이라면 자신 있었던 DJ는 이 시기에 소리의 높낮이, 제스처, 원고 내용을 갈고닦았다. ‘리틀 DJ’로 불렸던 김상현도 이 학원에서 DJ를 처음 만났다. 김상현은 웅변 실력으로 야간 고교 중퇴의 학력을 극복하고 국회에 입성했다.
▷서울대 2학년 때 웅변대회 2등을 차지했던 김영삼(YS)은 ‘위대한’을 ‘이대한’으로, ‘경제’를 ‘갱제’로 발음해 많은 청중의 실소(失笑)를 자아냈다. 하지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직설적인 한마디로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불을 질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일본을 방문해 당시 최대 현안이던 독도 문제를 질문받았다. 그는 “전혀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다. 독도는 한국 땅이니 일본이 그걸 인정하면 된다”고 답해 질문한 일본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