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중국과 러시아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국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므로 북한의 핵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적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 조치”라며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그렇게 할 어떠한 의도나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러한 우리의 기본 입장을 러시아 측에 충실히 설명해 오고 있다”며 “러시아 측에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핵 위협 제거시 사드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논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만나는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이 늘고 있다”며 “극동지역 내 수산, 농업, 인프라, 보건·의료 등 보다 다양한 분야로 양국의 경제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경제협력의 무대를 유라시아 전역으로 확대했으면 한다”며 “러시아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해 7박 8일간 순방을 시작한다. 4~5일에는 중국 항저우(杭州)로 이동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7~9일에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라오스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조율 중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