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한용덕 코치-니퍼트(오른쪽). 스포츠동아DB
두산 지존투수 더스틴 니퍼트(34)는 1일 잠실 kt전에서 볼배합이라기보다는 실험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1회부터 3회, 그러니까 1번부터 9번타자까지를 상대하는 과정 속에서 모조리 직구만 던진 것이다. 1구부터 32구까지 전부 직구였다.
직구만 던진다는 것을 어느 순간, kt 타자들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럼에도 kt 타선은 결과적으로 공략에 실패했다. 알고도 못 치는 니퍼트 직구의 위력에 대해 두산 한용덕 투수코치는 그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니퍼트의 직구 스피드 자체는 월등하지 않다. 평상시 강약조절을 하며 던지는데 결정구로 직구를 던질 때, 시속 150km 이상이 나온다. 게다가 니퍼트의 볼을 놓는 포인트는 타자들이 체감할 때, 훨씬 앞으로 느껴진다. 똑같은 150km 직구라도, 니퍼트가 던지면 155㎞ 이상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니퍼트의 릴리스 포인트는 과거 ‘국보투수’ 선동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 한 코치의 설명이다. 릴리스포인트가 굉장히 앞에서 나오니까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그 이상인 것이다. 니퍼트 공을 못 치는 팀들은 바로 이 직구에 눌리는 것이다.
게다가 니퍼트는 203cm의 장신이다. 큰 키에서 아래로 내리꽂듯 공을 던지니까 타자들로서는 더욱 난공불락이다. 한 코치는 “제구력까지 좋다. 변화구도 타자 몸쪽, 바깥쪽으로 휘는 변화구를 모두 던질 줄 안다. 타자에 따라 약점에 맞춰 코스와 구질을 공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니퍼트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4위(0.238),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위(0.236)이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 구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시즌 18승(3패)을 거둬 다승, 승률 1위(0.857)다. 방어율도 KBO리그의 유일한 2점대(2.91) 투수다. 무엇보다 니퍼트가 있는 한, 포스트시즌에 가서도 두산의 필살기로 작동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