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매출 5조6612억 원, 영업이익 913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 상반기 매출과 이익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표 브랜드인 한방화장품 ‘설화수’의 작년 매출은 1조 원을 넘었다. 주가 급등에 힘입어 서 회장의 재산 평가액도 급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 3월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그의 재산은 77억 달러(약 8조6240억 원)로 이건희 삼성 회장에 이어 한국 기업인 중 2위(세계 148위)에 올랐다.
▷서 회장이 3000억 원의 사재(私財)를 출연해 기초과학 육성을 위한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했다. 기업인의 개인 출연금으로 세운 한국의 첫 기초과학 재단이다. 그는 “돈이 없어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재단이 잘못되면 내 이름에 먹칠하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을 없애기 위해 재단명에 이름을 넣었다”며 무한책임도 강조했다. 일부 기업인의 일탈 때문에 때로 재계가 도매금으로 비난받는 현실에서 “힘들게 번 돈을 멋있게 쓰고 싶다”는 결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임)를 실천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