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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제3국 목표로 할 이유 없어”… 中-러 설득나선 朴대통령

입력 | 2016-09-03 03:00:00

[朴대통령, 3개국 순방 시작]‘북핵 대응 조건부배치’ 첫 언급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러시아 중국 라오스 등 3개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첫 순방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해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북핵 위협 제거 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불필요하다’는 조건부성 발언을 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정부의 설득 전략을 내비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사드가 아니라 북한인 만큼 북핵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응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 중국 라오스 3개국 순방 중 중국 러시아 미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하고 한일 정상회담도 할 가능성이 높다. 7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소원해진 한중, 한-러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기회인 만큼 적극적인 설득 작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는 국제사회에 ‘북핵 문제를 더욱 시급한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호소할 명분을 제공했다. 북한 내부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공항에서 환송을 나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북한 내부의 급변상황이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4,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사드가 북핵 위협에 대비한 자위적 조치로,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강조해 중국 측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중국이 사드 문제로 마찰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한국으로서는 입장을 설명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3일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논리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이 높은 러시아 측에 북핵 문제 해결이 활발한 경제협력의 토대가 될 것임을 내세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극동 개발을 비롯한 양국의 공동 발전에 큰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한국 기업 33개사가 참여해 총 2억1325만 달러(약 2388억 원)의 성과를 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3시간 동안 만찬을 포함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평화조약에 대해 상당히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대 현안이자 평화조약 체결의 걸림돌이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12월 15일에 야마구치(山口) 현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야마구치는 아베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다.

아베 총리는 대규모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12월 정상회담에서 영토 반환 문제에 대해 결론을 짓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쿠릴 4개 섬 반환과 관련해 “섬을 반환할 경우 현재 살고 있는 러시아인 1만7000명의 거주권을 인정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일본 친구들과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싶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블라디보스토크=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도쿄=장원재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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