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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없다?… 슈틸리케 ‘엔트리 20명’ 불안한 모험

입력 | 2016-09-03 03:00:00

통상 23명 엔트리에 20명만 선발
시리아전 앞두고 체력회복 숙제…부진한 해외파 대체 선수도 부족
유럽파 체력저하로 조직력 흔들…중국전 막판 2골 허용 원인 제공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사진)의 ‘20명 엔트리 선택’의 성공 여부가 시리아전을 통해 가려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대표팀을 20명으로 구성했다. 통상 체력 안배나 부상 선수 발생 등을 감안해 23명의 엔트리를 모두 채우는 관행을 벗어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차피 경기를 뛰는 건 선발(11명)과 교체 선수(3명)까지 14명이다. 20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일 안방에서 중국을 상대로 힘겹게 3-2 승리를 거두면서 부족한 엔트리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2차전(6일)까지 빠르게 주전들의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데다 부진한 일부 해외파를 대체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1일 경기에서 한국은 108.7km의 이동 거리를 기록해 중국(105.5km)보다 많이 뛰었다. 한국이 후반전에 3-0 리드를 지켰다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지며 중국에 2골을 내준 대표팀은 동점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경기 막판까지 강한 압박을 구사하면서 극심한 체력 소모가 발생했다. 특히 유럽파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 등은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새로운 시즌이 최근 시작된 탓에 전후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완벽한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K리그 선수들을 엔트리에 넣어 23명을 채웠다면 시리아전에서 선수 운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팀은 중국전에서 해외파들의 체력과 수비 집중력 저하로 실수가 나오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6월에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한동안 훈련을 하지 못한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중원의 핵’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중국전에서 6차례나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다. 각각 8차례, 7차례 볼을 빼앗긴 손흥민(토트넘)과 구자철을 포함해 한국은 수비 선수들도 패스 실수로 상대에게 역습 기회를 내줬다. 2일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경기 종료 15∼20분을 남기고 고전했을 때의 문제점과 개선책 등에 대해 주장 기성용과 논의했다. 더는 경기 흐름이 뒤바뀔 수 있는 위험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