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리콜’ 시장평가 엇갈려
삼성AS센터서 배터리 점검받는 고객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을 발표한 가운데 일요일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성서비스센터를 찾은 고객들이 제품 배터리 이상 유무를 점검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러나 삼성전자가 2일 전량 리콜이라는 파격적 대책을 발표하고 이틀이 지나면서 두 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한 반면 애플 본토인 미국에서는 외신들과 소비자단체들이 중심이 돼 이번 사태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 韓 “자발적 리콜 환영”
센터 직원들은 고객이 가져온 갤럭시 노트7을 센터 PC와 연결해 별도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돌려 배터리 전류량을 측정했다. 전류량이 4500mAh 이상이면 불량으로 판정해 기기를 회수하고, 대체폰을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량 리콜이라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 비판적이던 녹색소비자연대도 이번 리콜 조치에 대해 “이례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라며 환영했을 정도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일주일 이내에 공식 조치를 내놓은 것은 굉장히 신속한 편”이라며 “결국 소비자가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재계는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가 당장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1982년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전량 수거 사태가 아직도 경영학 교과서의 성공 사례로 등장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회사 이미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해석한다.
○ 美 “애플에 기회”
하지만 외신들은 “삼성에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7일 공개되는 아이폰 차기작이 별다른 혁신 기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애플이 상황을 역전시킬 절호의 찬스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아이폰 성공을 막으려던 삼성전자가 이번 리콜로 위태로운 입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도 “(리콜이) 제조사에는 엄청난 공개 망신”이라며 “갤럭시 노트7이 삼성전자 3분기(7∼9월) 실적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는데 모두 물 건너갔다”고 했다. 미국 소비자단체 잡지인 컨슈머리포트는 삼성전자가 소비자제품안전법 규정에 따라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와 공동 작업해야 하는데 자체 리콜을 실시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모바일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빠르게 움직인 데에 대해 박수를 보내야 한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연말 성수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 문제를 빠르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