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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신기후체제, 한국엔 오히려 기회… 원자력에너지 새성장동력 가능성”

입력 | 2016-09-05 03:00:00

에너지경제硏 개원 30주년 맞은 박주헌 원장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신기후체제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첨단 에너지 기술을 통한 에너지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신기후체제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인 한국에는 세계 경제의 리더로 부상하는 큰 기회가 될 겁니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연구원 개원 30주년을 맞아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를 갖고 “신기후체제는 그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세계 경제를 ‘저탄소 경제’로 바꿔놓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 산업을 연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박 원장은 “신기후체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들은 산유국 등 자원 부국”이라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가 아니라 첨단 기술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저탄소 경제에서는 한국처럼 기술과 지식 경쟁력이 있는 나라가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기후체제는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출범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다. 이 체제의 기본 내용이 마련된 2015년 파리협약에 따라 세계 195개 나라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일 예정이다.

박 원장은 “신기후체제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장치와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을 통한 에너지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데 이미 에너지 효율이 최고 수준이라 감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발전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에너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은 전기요금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데다 최근의 수출 부진을 타개할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지역사회의 불안이 큰 만큼 납품비리 등 문제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기후체제에 적합한 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에는 비싼 가격을 매기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소비자들이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상대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에 대해서도 “저탄소 경제 진입을 위해 가정용뿐 아니라 모든 용도별 전기에 대한 합리적 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원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한국석유공사 이사 등을 지냈고 2015년 4월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