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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 투수 강정희가 쏘아올린 희망

입력 | 2016-09-05 05:30:00

2016 여자야구월드컵 대표팀의 강정희가 3일 파키스탄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며 승리에 발판을 놨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강정희는 개학으로 인해 참가가 불발될 뻔 했으나, 주말만 서울에서 기장으로 내려와 경기에 나서고 있다. 기장(부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후원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 여자야구월드컵을 지휘하는 이광환 국가대표팀 감독은 첫 경기인 3일 파키스탄전 선발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파키스탄은 당연히 이겨야할 상대였기에 이 경기에 에이스 카드인 이미란, 배유가를 아끼고 싶었다. 두 투수는 4일 쿠바, 5일 베네수엘라전을 위해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최연소 국가대표인 김라경은 팔꿈치 상태가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첫 경기를 너무 쉽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였지만 의외로 선수들이 긴장할 수 있었다.

실제 한국은 1회초 3자범퇴를 당했다. 부담을 느낀 선수들이 방망이를 마음껏 돌리지 못했다. 자칫 선수단이 동요할 상황에서 대표팀을 구해낸 주역은 선발투수 강정희였다. 강정희는 4회까지 2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파키스탄을 봉쇄했다. 이 사이 대표팀은 2회초 선취점을 내 기세를 탔고, 3회부터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10-0, 6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4이닝만 던지고 내려가 승리 기록은 그 다음에 던진 김라경의 몫이었지만 강정희는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는 자체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기쁨 속에는 곧 대표팀을 떠나야하는 미안함도 들어있었다.

● 어렵게 왔던 기장-현대차 드림볼 파크

강정희의 본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개학을 한 상황이라서 아이들을 두고, 이 대회를 끝까지 뛸 수 없는 형편이다. 학교의 양해를 얻어 어렵게 주말경기만 뛰기로 했다. “1회만이라도 잘 던지고 싶었다”고 간절히 원한 3일 파키스탄전 선발이 그렇게 이뤄졌다. 강정희는 4일 쿠바전도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니 언제든 던질 수 있도록 대기하겠다”고 말했다. 격전을 치러야하는 대표팀에서 중간에 나와야하는 미안함을 담아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묻어났다.

당초 강정희는 국가대표로 뽑히고도 이 대회에 아예 참가하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이 감독과 한국여자야구연맹의 간곡한 설득에 조건부 참가가 이뤄졌다. 그런 노력에 강정희는 파키스타전 역투로 보답했다.

한국여자야구대표팀 강정희. 기장(부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떠나는 강정희는 한국여자야구의 현실이자 기반

대표선수가 국제대회인 월드컵 기간 중 팀을 떠나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국여자야구의 현실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기장까지 주말이라도 와서 뛰는 강정희의 열정 역시 한국여자야구를 지탱해온 힘일 것이다. 비단 강정희뿐 아니라 절대다수 여자야구선수들은 본업과 여자야구를 병행하고 있다. 강정희는 “야구를 한지 7년이다. 주말은 늘 야구다”고 웃었다. 그 어떤 대가도 구하지 않는 순수함으로 해온 야구인 것이다. 꾸준히 하다보니까 이제 학교 아이들도 굳이 얘기해주지 않았는데도 선생님이 야구선수인 것을 안다. 여자야구선수로 뛰며 현실을 직시하다보니 응원하는 팀도 바뀌었다. 강정희는 “과거에는 KIA팬이었는데 LG가 여자야구에 도움을 너무 많이 주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턴 LG를 응원한다”고 웃었다.

기장(부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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