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정부]4번째 부산환자, 比서 감염 가능성 양식장 맡은 수산물품질관리원→ 중금속 등 조사… 콜레라균은 제외 바닷물 통한 감염 가능성 높은데 해수부는 선박평형수 감시 뒷짐
《 정부의 뒤늦은 정책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국제적 관심을 끄는 물류대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피해 추산은 물론이고 대응책 마련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멍이 뚫린 콜레라 감시 체계를 두고서는 책임을 떠넘기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 관리는 질병관리본부의 업무라고 떠밀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는 식품을 관리하는 것은 식약처의 임무라고 미루고 있다. 》
“수산물은 식품이니 식약처가 맡고 있다.”(질병관리본부 관계자)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따르면 음식점을 대상으로 식약처가 실시하는 위생 점검 대상에 식중독균(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 등), 결핵균, 탄저균 검출 여부와 중금속, 방사성물질, 일산화탄소의 농도 기준 등은 포함돼 있지만 콜레라균은 빠져 있다.
식약처는 콜레라가 물에 의해 감염되는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질병관리본부 소관이라고 말한다. 이는 수산물 등 식품이 아닌 물에 의해 콜레라에 감염된 국내 사례가 1960년대 이후 단 한 건도 없고, 식약처가 식품 안전의 총괄 부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옹색한 변명이라는 시각이 많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감염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콜레라균을 검사 항목에 다시 포함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양식장의 안전성은 수산물품질관리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검사의 초점은 어패류에 금지 약품을 사용했는지, 중금속이 섞여 나오지 않는지 등에 맞춰져 있다. 콜레라균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수산물품질관리원은 이번 콜레라 유행 사태 이후에야 경남 지역의 양식장에서 균 검사를 벌이고 있다.
콜레라 오염 국가에서 출발한 선박과 항공기, 여행객에 대한 감시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가 지정한 콜레라 오염국은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북한뿐이다. 네 번째 환자 A 씨가 콜레라에 감염돼 온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감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필리핀 등을 오염국으로 지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여행객이 줄까 봐 콜레라 환자를 숨기고 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레라 감시 체계가 수산물, 선박 평형수, 바닷물 등 모든 영역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 당국은 4번째 콜레라 환자 A 씨가 해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4∼28일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는데 귀국 다음 날(29일) 오후 8시부터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로 유입된 콜레라 환자는 종종 나왔다. 2004년 이후 해외 유입 환자는 57명에 이른다. 이들 환자 중 절반 이상인 34명이 7, 8월에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