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20년, 일상을 바꾸다]<下> 향후 20년, 어떻게 바뀌나
《 아이돌 20주년을 맞아 이야기를 나눈 전문가들 대다수는 가요와 대중문화계 전반을 주도한 아이돌 열풍이 10∼20년 뒤에도 지속되리라고 봤다. 특히 중국에서 음원 시장 등이 제대로 형성될 경우 아이돌의 영향력은 더 커지리라고 이들은 예측했다. 지금까지 아이돌 산업이 ‘아이돌 음악·연예산업’이었다면, 미래의 이 산업은 ‘아이돌을 내세운 다양한 산업’이다. 미래는 이미 진행형이다. 》
○ 아이돌의 힘… 다양하게 진화하는 콘텐츠 산업
SM에서 내놓은 신개념 아이돌 NCT 127과 식당 SMT서울의 메뉴, YG에서 오픈한 식당 ‘삼거리 푸줏간’(맨위 사진부터). 아이돌 산업은 이제 연예 산업에서 ‘아이돌을 이용한 모든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외식이 깃발 꽂기라면 식품유통은 좀 더 적극적인 수익사업이다. SM이 올해 초 이마트와 협력해 낸 ‘엑소 라면’ ‘동방신기 팝콘’ 등의 캐릭터 식품은 10여 종에서 40여 종으로 확대됐다. 이마트가 5월 영등포구에 문을 연 가전 전문 매장 ‘일렉트로마트’에서는 SM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전문 음반사 ‘스크림 레코즈’의 첫 곡 ‘WAVE’가 공개됐다. 뮤직비디오도 여기서 촬영됐다.
최근 SM이 낸 아이돌 그룹 NCT는 수많은 유닛(소그룹)의 전 세계 주요 도시 동시 다발 데뷔가 목표다. ‘NCT 상파울루’ 멤버들 얼굴이 포장에 인쇄된 아사이베리 주스가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 외교 이슈 저항력, 음악시장 독과점은 해결할 과제
외교적 이슈로 인한 중국 시장의 동요는 아이돌 시장의 지속적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쯔위의 대만 국기 사태,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이콧 현상에서도 보이듯 아이돌 산업은 외교적 이슈에 가장 취약한 분야다. 중국은 아이돌과 한류 콘텐츠를 먼저 제재해 한국 쪽 미디어를 간접 통제한다. 아이돌과 스타 관련 내용은 한국의 여론을 집중시키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이돌 소속사 이사는 “소속 아이돌의 현지 행사 일정을 대통령 해외 순방과 맞춰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은 적 있다”면서 “정부는 아이돌과 한류를 홍보에 이용하기만 좋아하지 정작 외교 이슈로 업계가 유탄을 맞을 때는 손놓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의 독과점 현상도 우려한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인터넷 매체 등이 아이돌 소식에만 집중하면서 다른 종류의 음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닫히고 있다”면서 “아이돌의 노예계약과 처우, 인권 문제 역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