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봉 ‘고산자, 대동여지도’
영화 속 김정호는 ‘지도꾼’ ‘지도에 미친 놈’으로 표현된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떠돌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새 훌쩍 커버린 하나뿐인 딸도 알아보지 못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강우석 감독 최고의 영상미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등으로 한국 영화사에 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강우석 감독이 이번엔 대동여지도에 30여 년 인생을 바친 김정호의 삶을 들고나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그의 스무 번째 영화이자 첫 사극 도전이다. 소설가 박범신의 ‘고산자’가 원작. 배우 차승원이 김정호 역을 맡았다.
○ 설득력 부족한 스토리
클릭 몇 번이면 인터넷으로 지구 구석구석을 훤히 들여다보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감독은 김정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까.
영상미에 치중해서인지 정작 궁금했던 인간 김정호는 모호하게 그려졌다. 지도에 헌신했던 것이 개인의 예술가적 열정 때문이었는지, ‘백성이 지도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투사적 사고 때문이었는지 뚜렷하지 않다. 감독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김정호가 목판으로 지도를 대량 찍어내 백성에게 나눠 주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밝혔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흥선대원군과 안동 김씨 세력의 지도를 둘러싼 쟁탈전이나, 아버지의 빈자리를 천주교로 채우다 위기에 처하는 김정호의 딸 이야기는 되레 영화의 초점을 흐린다.
배우 차승원이 풀어낸 김정호 캐릭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김정호는 영화 ‘취화선’(2002년) 속 장승업(최민식) 같은 묵직한 예술혼을 가진 인물이 아닌, 유머 감각을 갖춘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언급하거나, ‘내비게이션’을 옛날 사람 시각에서 설명하는 ‘아재 개그’가 등장하는 식이다. 7일 개봉. ★★☆ (별 5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