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 “딱 30분간만 행복했어요.”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4)은 5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16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을 당시 감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이었다. 그는 2011년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5년 만에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했다. 지난달 31일 휴가를 맞아 귀국한 그를 2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
김기민은 사진 촬영 전 “쑥스럽다”며 발레 포즈를 취하는 것에 머뭇거렸다. 하지만 카메라의 셔터음이 들리기 시작하자 무대에 선 듯 다양한 포즈로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래도 바뀐 것은 있었다. 바로 주위 반응이다.
“제가 출연하는 공연의 표는 가장 빨리 매진돼요. 수상 이후 더 빨라졌죠.(웃음)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팬들이 늘었어요. 올해 약간 다쳐서 공연을 하루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이탈리아 팬이 ‘너의 무대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보지 못해서 아쉽다’라고 편지를 써 놓고 갔더라고요. 기쁘기도 하고 미안했죠.”
그의 캐릭터 해석과 연출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그는 공연 당일 사람들과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응축된 감정을 무대에서 표출하기 위해서다.
“‘지젤’에서 알브레히트가 숨을 거두는 지젤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거나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가 감자티를 처음 만날 때 2초간 바라보며 멈칫하는 등 나만의 해석을 더해요. 2초의 눈빛 연기가 이후의 2시간 작품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거든요.”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그는 직접 동작을 선보이며 설명했다. 그는 10초의 등장 장면을 놓고도 감독과 1시간 이상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길을 걷다 팬을 만났어요. 그는 제 공연을 보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좋았다며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한 사람에게라도 평생 기억에 남는 무용수, 어떤 작품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