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그렇다면 조선의 왕들에게도 알레르기 비염 증상은 있었을까? 장희빈과 인현왕후 사이에서 잇따른 환국(換局)으로 정치판을 다스렸던 숙종의 증상은 알레르기 비염과 유사했다. 숙종 37년, 노론을 이끌었던 이이명이 ‘왕이 콧물을 자주 흘린다’는 얘기를 듣고 그 상태를 물었는데, 왕의 답은 ‘상다구체(常多‘체)’. 즉 ‘콧물과 재채기가 항상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골골 팔십’ 장수왕으로 유명한 영조도 콧물과 재채기로 고생했다. 특히 발작적으로 반복되는 심한 재채기로 무척 힘들어했다. 한의학에도 해박했던 그는 스스로 극심한 재채기의 이유를 “아침에는 추워 두꺼운 옷을 입었다가 낮에는 더워 옷을 벗어던져야 하는 한열(寒熱) 증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일까?
콧물과 재채기는 이렇듯 변덕스러운 외부 변화에 대한 면역기능의 신경질적 과민 반응이다. 코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해 공기를 막는 코 막힘 증상도 마찬가지. 양방은 이를 일러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면역 기능의 핵심은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다. 반복되는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했던 숙종은 다혈질인 성질을 죽이느라 평생 먹어왔던 냉음료와 찬 성질의 과일(배 등)을 끊어버렸다.
알레르기 증상 중 가장 참기 힘든 것은 가려움이다. 이때 추천되는 약재가 국화의 한 종류인 감국이다. 사군자 중에서 국화는 가을의 덕을 상징한다. 가려움은 피부를 차갑게 하면 진정된다. 감국 또한 그 특유의 서늘한 기운으로 가려움을 진정시킨다. 코 막힘에는 신이화(辛夷花)가 좋다. ‘辛’은 ‘맵다’는 뜻으로 코 막힘을 뚫어주는 강력한 효능을 지닌다. 신이화와 감국을 차처럼 마시면 괴로운 환절기를 조금이나마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