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e메일 늪’에 빠진 힐러리

입력 | 2016-09-05 03:00:00

FBI 조사때 “기억 안난다” 39차례… 트럼프, 일부 여론조사에서 역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9·사진)의 e메일 게이트가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7월 클린턴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의혹이 양파껍질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일 공개한 A4 용지 58쪽 분량의 클린턴 e메일 게이트 수사 문건에 따르면 클린턴은 7월 3시간 반가량 진행된 FBI 대면조사에서 수사관의 질문에 39번이나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비분류시스템(개인 서버)을 통해 e메일을 받은 게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e메일을 통해 받는 정보의 민감성을 우려하는 것을 부하 직원들로부터 들은 기억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또 “기밀 정보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국무부로부터 받은 브리핑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국무장관 시절 직원들에게 보안을 강조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특히 클린턴은 e메일에 ‘기밀 사항’이 담겨 있다는 의미로 붙은 ‘C(Confidential)’에 대해서도 “이게 혹시 기밀을 뜻하는 것이냐”라고 수사관에게 되물으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나 공공기관이 생산한 문서 중 일반인이 볼 수 있는 비밀 해제 문서 상당수에도 C(Confidential)나 S(Secret)라고 표기돼 있는데 이를 모르겠다고 한 것이다. 장관 시절 휴대전화 2개를 포함해 모바일 단말기를 13개나 사용하면서 개인 e메일을 송수신했는데 이 과정에서 몇 개를 분실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2012년 말 뇌진탕 이후 받은 보고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필라델피아 WCAU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FBI 조사에서 온통 모르겠다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거나 그가 총명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대선은 다시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남캘리포니아대(USC)와 실시해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2%, 트럼프는 45%로 트럼프가 3%포인트 앞섰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